1973년 10월 6일, 이날은 유대교 최고의 신성한 축제일인 욤키푸르(대속죄일)였다.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킬 무렵 이집트 제트기 222대가 일제히 발진했다. 수에즈운하 동안과 시나이반도에 위치한 이스라엘 군사령부와 군사기지가 공격 목표였다. 수분이 지난 후 국경 전역에 걸쳐 3000문이 넘은 야포가 불을 뿜었다. 같은 시각 시리아군 전투기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 공격을 개시했다. 제4차 중동전쟁, 소위 ‘10월전쟁’이다. 이 전쟁 이후 중동의 석유는 무기화되면서 세계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안겼다. 한국경제 역시 1차 ‘오일쇼크'로 소비자물가가 무려 24%까지 상승했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겪으면서 고난의 시절을 감내해야 했다.

‘중동분쟁’은 우리 경제에 일종의 ‘트라우마’(충격적 경험)나 다름없어서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 이스라엘의 ‘저항의 축’ 공격에 맞서 이란이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하면서 고조된 이스라엘-이란의 전쟁 분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스라엘의 보복 수준은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로 이란의 핵시설, 그 다음은 석유시설 타격이 꼽혔다. 그럴 경우 이란은 1971년 영국이 페르시아 만에서 철수하는 기회를 이용해 장악한 호르무즈 해협 일대 군사기지에서 석유 운송을 방해하는 정면 충돌로 번질 경우 ‘오일쇼크’에 준하는 사태를 걱정해왔다. 그러나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과 석유 관련 시설을 제외한 군사시설 타격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금융시장의 긴장은 다소 누그러진 듯하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빼곤 금융시장 지속적 영향 없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 리스크에 대비하는 데이터를 축적해놓고 있다. JP모건의 분석이 대표적인데 1967년 ‘6일전쟁’ 이후 이스라엘-중동과 관련된 주요 10여건의 군사분쟁 중 1973년 욤키푸르전쟁을 제외하면 유가나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중동은 분쟁이 잦은 지역이고 석유는 아직까지 가장 주요한 자원인 만큼 분쟁이 발발할 때는 ‘공포’를 수반하지만 미국이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선을 그은 ‘비례적 대응’ 원칙에 의해 약속대련처럼 제한적인 영향으로 잦아들곤 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 대선 경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여론조사 지표들이 나오면서 이스라엘-이란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선거유세 도중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질문에 대해 “조만간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말릴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도 이란에 핵이 있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볼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기간에 유대교 옹호와 친이스라엘 행보를 해왔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유대교도다. 맏딸 이방카도 쿠슈너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2017년 12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예루살렘 선언’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 중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국제법상 예루살렘은 양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의 결의안까지 깨며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친이스라엘 트럼프 당선 땐 심각한 리스크 대비해야

이뿐만이 아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인 ‘6일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 예루살렘과 요르단 서안 지구 및 골란고원을 점령했는데 이중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뿐 유엔과 국제사회는 시리아 영토로 인정한다. 그런데 2019년 3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와 영토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영유권을 인정한다고 선포하면서 국제사회와 이슬람권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 의 발언 직후 유엔사무총장이 즉각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라고 부인했다.

올해 9월 16일 프랑스정부는 골란고원에 대해 이스라엘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친이스라엘 반이란 행보를 해온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중동사태는 또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 대선 전까지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수 있지만 그 이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이스라엘-이란 전선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협적인 리스크로 등장할 수 있는 만큼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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