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제도개선 방안 놓고 여야 이견 커

공정위, 오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 발표

이커머스, 판매대금 20일 내 정산 의무화 추진

야당 “정부안 역부족, 온라인플랫폼법 제정해야”

앞으로 이커머스 사업자는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하면 20일 이내 판매대금을 입점업체에 지급해야 한다. 판매대금의 절반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해 플랫폼이 파산해도 입점업체가 판매대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제기된 플랫폼업체의 ‘먹튀’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의 골자다.

하지만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정부의 이런 조치가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플랫폼업체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뜨거운 공방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9일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국내매출 100억 이상 적용 =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이 담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 적용 대상 사업자는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규모(판매금액)가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다.

이들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결제대행업체(PG사)가 관리하는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해야 한다. 법 적용 대상 사업자의 평균 정산기일이 20일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숙박·공연 등 구매 이후 서비스가 공급되는 경우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날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이나 PG사가 정산 기한 3영업일 전까지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면 대금 수령일로부터 3영업일 내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이 직접 판매대금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안도 개정방안에 포함됐다.

예치된 판매대금은 압류할 수 없으며 플랫폼이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플랫폼이 파산하는 경우에도 입점 사업자에게 판매대금을 우선 지급하고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도록 할 계획이다. 표준계약서 사용 등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 거래관계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정부안 티메프 재발 못막아” =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새 법안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안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판매대금 정산 기한도 단계적으로 단축하고 판매대금 별도 관리 비율도 점진적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수많은 입점 소상공인의 거래 안전·신뢰성이 제고되고 온라인 중개 거래 시장의 공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플랫폼사업자의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만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과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18일 현재 오기형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야당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관련 제정 법안만 13건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명칭과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급격한 성장으로 영세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가 지속돼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게 법안 취지다.

◆국회 논의 결과 주목 = 김남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은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한다.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금지규정 위반으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는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오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공정위가 해당 법 위반행위를 조사하도록 하고, 조사 결과 위반자에 대해 시정명령, 시정권고 또는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로 하여금 불공정한 거래 내용을 자발적으로 해소하고 온라인플랫폼 이용자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해당 사업자의 시정방안에 대한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한다.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특정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 사이의 분쟁조정을 위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해당 분쟁조정협의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민주당 의원들 법안에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영교 의원은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이용사업자에게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구체화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티메프 사태를 재현할 것인가. 플랫폼 후퇴 입법을 철회하라”며 “제대로 된 온라인플랫폼 규율을 위한 제정 입법으로 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회 논의과정에서 티메프 제도개선 정부안 일부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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