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무역·에너지환경 정책 위험 등 국내 산업 전반 부정적 영향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고조에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글로벌 채권·외환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국내 금융시장과 통상·무역, 에너지·환경 정책 등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 10년물 4.2% 돌파…연 5%대로 상승 가능성 나와 = 22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1.1bp(1bp=0.01%) 오른 연 4.21%로 마감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4.2%를 돌파한 것은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04.08로 전일보다 0.06% 상승했다. 이에 따라 23일 오전 9시 35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381.1원으로 장초반 상승 중이다.
채권금리와 환율 모두 올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일 상승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연금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는 현재 연 4%대 초반에서 움직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6개월 내 연 5%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전문가들은 다음 달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것에 베팅하는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거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대적인 세금 감면을 예고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이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재정 소요를 충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달러도 강해진다. 게다가 트럼프는 주요국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하고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국채 금리와 달러화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시 원달러환율은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두 후보의 세금 계획을 미루어 봤을 때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향후 4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떤 대선 결과가 나오든 첫 예산안 이후 채권시장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 단기 악재로 작용 = 이런 가운데 국내 증권가와 신용평가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과 수출, 경기 흐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세와 관세 부과가 정권의 핵심 철학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될 경우엔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트럼프 정권이 추진할 주요 정책이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이 있고, 시장은 앞서서 이를 우려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시 가장 걱정스러운 부문으로 재정 적자 문제를 해소할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해리스의 경우 보조금이나 복지비용 지출은 유지, 확대하면서도 법인세 인상 등 세수 확대를 통해 재정균형을 만들려 노력하는 점이 있지만 트럼프는 재정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 감세, 이민자 유입 제한 등 트럼프 주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금융시장과 연준을 경계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로 △관세 리스크발 미국 경제 충격 △한국 등 주요국 통상압박 강화 및 글로벌 교역 충격 △금리 발작 리스크 △물가 리스크와 유가 △킹 달러 리스크 등 5가지를 꼽았다. 박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한 통상 압박 강화 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 둔화에 따른 간접적 효과도 받을 수 있어 한국 수출과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종별 차별화 명확 = 한국기업평가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 대선 결과 공급망·대중국 정책, 조세 정책, 외교·안보 정책과 더불어, 통상·무역 정책과 에너지·환경 정책이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산업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기평이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거나 미국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8개 업종을 검토한 결과, 이차전지, 기계·방산, 철강, 반도체, 자동차의 5개 업종은 해리스 당선이 사업환경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정유업과 조선업은 트럼프 당선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예상되었다. 석유화학업은 미국 대선의 결과에 중립적이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기업1실 실장은 “이차전지업은 트럼프 2기 출범 시 환경규제 완화와 IRA 폐지 및 축소로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고 이차전지 수요가 위축되면서 현재의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의 경우는 대선 결과에 무관하게 비우호적 대미 수출 환경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시에는 보편적 관세 부과 조치가 수출 가격경쟁력 확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는 한편, 여타 수출국들의 보호무역 기조를 심화시켜 중국 철강제품의 국내유입 증가 등 수급 부담을 가중 시킬 가능성이 높아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경우 보다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지원정책을 축소하거나 투자 요구조건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연구원은 “미국 외 생산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공급망 구조상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 부과조치 역시 대미 수출 제품에 대한 일정 수준의 마진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도 미 대선 결과 업종별 수혜를 입는 종목과 피해를 입는 쪽의 주가 영향이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트럼프 트레이딩은 은행 강세, 소프트웨어 약세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업종보다는 사이즈에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는 민주당 정부 수혜주라 할 수 있는 2차전지, 트럼프 무역분쟁 리스크가 우려되는 자동차 등의 약세가 나타나고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바이오시밀러, 방산·조선 등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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