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6% 성장 달성도 위태 … 정부는 “수출부진 일시적, 회복될 것”

삼성·SK·LG·포스코 줄줄이 인력감축 … 내수기업도 ‘희망퇴직’ 확산

“3분기 수출은 최근 6개 분기 연속 증가한 기저효과와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으로 조정됐지만 향후 수출은 대체로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회복세가 더뎠던 내수가 3분기 GDP 상으로 설비투자・소비 중심으로 회복이 가시화됐다. 앞으로도 고물가・고금리 완화와 기업실적・가계소득 증가 등으로 회복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분기 우리 경제가 0.1% 성장에 그치고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한국 경제가 불황이 문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25일 “일부 통계지표가 일시적으로 나쁠 수는 있지만, 지표상 흐름을 종합고려하면 현 상황을 경기침체의 문턱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수출 쇼크 3분기 수출이 역성장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부산항 신항 부두에서 선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비관적 전망 커지는 시장 = 정부의 이런 전망은 맞는 말일까. 시장과 경제주체의 반응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엉터리 전망’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에 그치면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자신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인 2.6%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려울 때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기업들의 속사정은 ‘위기’ 그 자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96.2를 기록했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부터 31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 중이다.

이미 씨티·HSBC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 수출 성장세에 피크아웃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요 수출국 경기 둔화 가시화, 환율 변동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세 약화 등도 수출 증가세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수출마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위기 감지한 시장과 기업 = ‘웬만한 불황은 피해 간다’는 대기업 사정을 보더라도 심상찮다. 경기 불확실성이 확산되자 재계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희망퇴직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IMF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에나 듣던 ‘명퇴’가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자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 약 15%와 행정 직원 최대 30%를 감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로 최근 위기론이 대두된 데 따른 조치다.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9조원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SK그룹도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몸집 줄이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배터리사업이 주력인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희망퇴직과 자기개발 무급휴직 카드를 제시했다. 지난달 전 구성원에게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설명을 담은 ‘뉴챕터 지원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한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SK텔레콤도 2019년부터 운영하던 휴직 제도인 ‘넥스트 커리어’ 퇴직 격려금 최대 금액을 종전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했다. 선제적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에는 SK넥실리스가 5년 이상 근속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자회사 SK키파운드리도 만 45세 이상 사무직,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명퇴’ = LG화학은 지난 4월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화시스템도 지난 7월 방산부문 50세 이상의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포스코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건설 경기 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10년 이상 장기 근로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실제 지난 2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75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3% 감소했다. 철강업계 ‘빅2’인 현대제철 또한 2분기 영업이익이 9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8.9% 급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사가 9월 20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가량 늦어지는 것이지만 평년 대비해서는 이른 시기다. 그룹사정이 어려운만큼 임원축소와 예년보다 큰 폭의 교체가 예고된 상태다.

◆내수 직결된 유통기업도 비상 = 수출기업을 물론 내수기업들도 불황을 예상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구조조정 칼바람을 맞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불황에 생존 위기를 느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룹사정이 어려운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은 잇달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1988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다. 지난 6월에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8월에는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뒤 인력감축을 시행했다.

신세계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후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이 지난 7월 인력감축에 나섰다. 두 달 뒤인 지난달 27일엔 신세계그룹은 G마켓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역시 사상 처음이다.

시장과 기업은 ‘비상’을 외치고 있지만, 거시경제 당국 반응은 미지근하다. 오히려 정부는 수출 부진이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며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전날 미국에서 영상간부회의를 개최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 쪽은 예상대로 회복되고 있는데 수출 부분 증가율이 예상보다 둔화했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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