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새로 개업한 어느 식당에서 재미있는 해프닝 하나를 경험했다. “계산이 끝났으니 그냥 가세요”라고 말하는 식당 직원과 “계산한 적이 없다”고 우기는 손님 사이에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계산대 앞에 서있는 멀쩡한 남자 둘이서 계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종업원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계산대 안의 종업원은 손님들의 주장을 무시한채 “포스기에 계산완료 처리되었으니 빨리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었다.

대조적인 종업원의 현장대응력 차이

나는 종업원 행동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설마, 계산보다 서빙이 더 급해서 저러는 건 아니겠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나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그 손님들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종업원이 계산대에 나타나 “실수로 00번 테이블을 계산완료 처리했는데 손님들이 벌써 나가고 안 보인다”며 난리법석을 떠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자주 애용하는 동네 골프연습장에서 근무하는 카운터 여직원의 행동을 소개해 본다. 그 여직원은 손님들에게 친절을 넘어 회원 개개인의 특징을 관찰한 후 대화를 이끌어 내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그녀의 현장대응력이 빛을 발하는 날은 주말 오후의 피크타임에서다. 주변에도 야외연습장이 몇 군데 있다 보니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길어지면 손님들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른 데로 자리를 옮겨 버린다.

예전에 있던 여직원은 손님들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며 다른 데로 가겠다고 해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새로 카운터를 맡은 여직원은 다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커피도 타주고, “지루하시죠. 이거라도 보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면서 다양한 잡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두 직원의 행동을 보면서 HR현장에서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대응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둘다 시급제로 급여를 받는 계약직 사원들이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현장대응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BSC(균형성과표)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카플란 교수에 의하면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담당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고객만족도와 구매력에는 상당히 큰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현장 근무자의 마음가짐 기업성장 관건

카플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현장담당자의 초기 대응을 10으로 가정했을 때, 오른쪽의 긍정적 방향으로 1씩 올라갈 때마다 고객의 관심과 우호적 태도는 1.5배의 속도로 증가한다. 이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1.2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초기 대응이 엉성하여 왼쪽으로 1씩 내려가는 경우, 고객의 관심과 흥미는 -1.5배로 감소하고 마찬가지로 구매력 또한 -1.2배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지금의 세대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실시간으로 공유가 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제로인 세상이다.

SNS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의 출현은 모든 산업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낳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초기인식을 형성시킴에 있어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가 앞으로의 기업성장에 가장 큰 관건이 되는 것이다. 고객의 접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현장력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신경수

SGI지속성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