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14조~16조 활용 … 정부 “국채 발행보다 부작용 작아”

야당 “국민이 조성한 기금 … 결손대응책 협의한 사실 없다”

청약통장으로 부은 주택도시기금도 빼가 … “주거약자 재원”

정부가 올해 약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최대 16조 원 규모의 기금 여유재원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은 방안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가 재현되면서 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주택도시기금은 청약통장에 가입한 국민들이 부은 돈이다. 이 기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세수결손 대책을 확정하면서 유관기관과 협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과 지자체는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정부가 수십조원대 세수결손 대응방안을 2년 연속 추경 편성을 통한 국회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하고 세수결손으로 인한 고통분담을 정부가 일방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왜 정부가 일방 결정?” =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액 전망치인 29조6000억원 중 14조~16조원을 기금 가용 재원으로 보전할 방침이다. 전체 결손액의 과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4조원 내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기타(3조원 안팎) 등이 투입된다.

외평기금은 중앙정부가 자국 통화 가치의 급격한 등락을 막기 위한 기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며, 환율이 내리면 보유한 원화로 달러를 사들인다.

올해 정부는 4조~6조원을 외평기금에 덜 주는 방식으로 공자기금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공자기금은 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일종의 정부 재정 창구다. 지난해 이월된 4조원 안팎도 가용 재원으로 쓰인다.

앞서 정부는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에도 외평기금 19조9000억원을 끌어 쓴 바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안과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재정 돌려막기 부작용 없나 = 문제는 기금 활용이 결국 재정 돌려막기여서 기금 고유의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기금은 해당 기금법에 따라 목적 사업이 정해져 있다. 여유 자원이 있다고 해서 정부 적자 보전에 쓰인다면, 기금의 존재 근거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외평기금 활용이 외환시장 대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는 다른 기금인 주택도시기금 재원도 활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외평기금 활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입장을 바꿨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교부금 등도 법률에 따라 일방 삭감하려고 했으나 이를 내년까지 나눠서 삭감하면서 추가재원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평기금과 주택도시기금의 ‘세수펑크 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외환시장은 1400원이라는 환율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이라면서 “외평기금을 세수 결손에 이용하는 것은 대외신인도에 부담이 되지 않고 국채발행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다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택도시기금 활용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안도걸 의원은 “윤석열정부는 취임 직후 공공임대주택 공급실적과 예산을 5조원 넘게 삭감해 공공임대 주택 실적은 지난 정부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세수결손 대책으로 주택도시기금 3조원을 끌어쓴다면 결국 주거약자에게 써야 할 재정으로 정부실패에 따른 결손을 메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과 협의한 적 없어” = 세수결손 대책을 국회 등과 협의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야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국회에 대한 충분한 보고와 협의가 이루어졌다는 정부의 말은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나아가 야당은 국회 차원의 ‘재정파탄 청문회’ 소집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전날 입장문으로 내고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막대한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 또한 29조6000억원의 추가적인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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