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감사원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이상의 임원수가 직제규정을 초과했다고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회계업무를 총괄하는 전문심의위원의 직급을 부원장보에서 선임국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회계정책 컨트롤타워인 기업회계팀을 해체했다. 공정시장과 내 비직제팀을 5년 이상 운영했다는 이유였다. 다행히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통해 회계제도팀을 부활시켰으나 여전히 소규모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9년 회계개혁으로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정작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회계감독기구는 축소되거나 위상이 하락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회계개혁 완성을 위해서는 회계감독기구 역할이 중요

회계감독기구의 축소는 단순히 관료조직의 효율화 측면에서만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투자자를 보호하고 회계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회계감독기구를 출범시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회계감독기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사베인-옥슬리법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상장기업 회계감독위원회 (PCAOB)를 설립한 후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9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매년 회계감사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수석회계사실에서 40명 이상의 전문가가 회계정책 및 규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영국도 최근 재무보고와 회계감사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재무보고위원회(FRC)를 확대해 강력한 감독권한을 가진 ‘감사보고지배구조위원회’(ARGA)를 설립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회계제도팀은 4명이며 집행조직인 금융감독원 회계분야 인원은 100여명 수준이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에서 공인회계사들이 많이 이탈하고 신규지원자도 적어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조직으로 2500개 상장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심사와 감리, 그리고 회계법인 감리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회계부정사건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감리기간도 길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회계정보가 중요하다. 기업의 경영자가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외부감사인이 이를 감사하지만 회계투명성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은 회계감독기구다. 회계감독당국이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뿐만 아니라 회계기준 해석을 위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또한 국제감사기준도 감사위험에 대한 감사인의 전문가적인 판단에 따라 감사범위와 감사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계감사기준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도 필요하다. 회계감독기구가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회계 및 산업 전문성을 갖추고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또한 회계부정 및 감리결과에 대한 공시를 확대해 시장기반 규율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시확대는 회계부정에 대한 사전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 위해 전문성 독립성 갖춘 기구 필요

과거 일부 분식회계 사건은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회계부정 사건이 정치적으로 확대되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회계감독기구의 거버넌스를 개선해 조직과 예산, 그리고 책임자 선임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회계감독기구가 과도한 권한을 갖지 않도록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피감리기업의 방어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회계감독기구가 필요하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