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고금리 장기화에 코스닥 기업 발행 두드러져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채무상환용 주식연계채권 발행 금액이 전년 대비 9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기업들의 주식연계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금리 기조 지속 등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발행한 교환사채(EB),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 발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는 총 285개사으로 전년 같은 기간(257곳)보다 10.9% 늘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연계채권 발행이 두드러졌다.
코스닥 상장사 중 주식연계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245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0곳) 대비 16.7% 늘었다. 주식연계채권 발행 규모는 5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2182억원) 대비 3.5% 늘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일반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식연계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는 40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47곳) 대비 14.9% 줄고, 발행 규모 역시 6조1184억원에서 1조8945억원으로 69.0%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있는 코스피 상장사들의 발행 규모와 기업 수 모두 감소한 것이다.
국내 상장사가 발행한 주식연계채권의 자금 조달 목적을 살펴보면 채무 상환 목적은 1조8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381억원) 대비 93.6%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6조288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운영 자금 목적은 올해 2조7750억원으로 급감했다.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보다는 채무를 우선 탕감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중에서는 하이브의 발행 규모가 가장 컸다.
하이브는 이달 17일 채무 상환을 목적으로 4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바 있다. 하이브는 이번 CB 발행을 통해 다음 달 5일 예정됐던 제3회차 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일에 앞서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는 2930억원 규모의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하이브의 뒤를 이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자사주 1.0%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한 바 있다. 이어 카카오게임즈(2700억원), 아스트(2495억원), 엠에스오토텍(1990억원), 아시아나항공(1750억원), 루닛(1715억원), 농심(1385억원), 호텔신라(1328억원) 등의 순으로 주식연계채권을 많이 발행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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