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된 ‘지역화폐 지원’ 2조원 요구

“세수결손→내수침체 악순환, 골목상권 회복책 내놔야”

김 여사 예산·특활비 삭감 예고 … “준예산 배제 못해”

국회가 11월 4일부터 내년 정부예산안 심의에 들어간다. 다수 의석을 쥐고 있는 민주당이 민생회복 예산 복원을 시도한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집중했던 야당이 예산안 심의에서도 ‘끝장’을 보겠다며 정부여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예고해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국정감사를 끝낸 국회는 다음달 4일부터 각 상임위에서, 7일부터는 예결위에서 예산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30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정부가 기승전 건전재정을 주장하더니 결과는 변칙·땜질 재정이 됐다”면서 “국회의 심의권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운영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예결위에서 꼼꼼하게 따져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국고지원 예산 복원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정부가 내놓은 30조원 세수 결손과 관련해 기금 동원(15조원) 재정지출 삭감(15조원) 계획을 “내수침체 상황에서 재정을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경제를 퇴조시키고 성장을 갉아먹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안도걸(광주 동·남을) 의원은 30일 “정부가 재정지출 15조원을 삭감하면 그 만큼 내수가 증발되고 경제성장 감소효과가 0.3%p 발생하게 된다”면서 “15조원 규모의 금쪽같은 내수 실종을 보충하기 위한 긴급재정지원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에 앞서 지역화폐 10조원을 발행하도록 하고 국고에서 2조원 내외의 지원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민주당 정책위는 “국고지원 예산은 예비비 미사용 잔액이나 불요불급한 세출조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가 줄곧 강조해 온 소멸성 지역상품권을 발행해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이다.

내년 예산안에 한푼도 반영되지 않은 지역화폐 발행 예산 증액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할인율 10%를 적용하면 국고 지원예산 1조원 으로도 지역화폐 10조원 추가 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한 정부 예산안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1조2522억원에서 2022년 7053억원, 2023년 352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집행된 예산의 경우도 정부가 반영하지 않은 예산을 국회 심의단계에서 야당 주장으로 반영됐다.

민주당은 자치단체 상당수가 관련 예산편성을 반긴다는 점을 들어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박정현(대전 대덕구) 의원이 광역·기초단체 243곳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국비 투입 의견조회서’를 보내 191개 지자체의 의견을 확인한 결과 157개 지자체가 “국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여당 소속 단체장들도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국고지원 필요성에 동의했다.

여기에 올해로 국비 지원 특례 규정이 일몰돼 중앙정부 지원 예산 1조 원가량이 깎인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예산 복원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고교 무상교육 경비 부담 특례를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또 이 대표의 주요 공약인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기반 확충 및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관련 예산도 증액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예산안에 대해서는 대규모 삭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언급한 예산 가운데 구체적 계획 등이 제시되지 않은 사업예산 24조~30조원과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마음건강 지원사업’ 예산 7892억여원,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 3500억원도 삭감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공공기관장의 업무추진비도 타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삭감 입장을 밝힌데 이어 28일 오후 페이스북에 “예산결산소위에 영수증 첨부가 되지 않은, 입증되지 않은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라고 특별 지시해놨다”고 밝혔다. 안도걸 의원은 “정부가 세출 삭감을 하면서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분담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활비·업무추진비 등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직접 쓰는 운영비도 적정수준으로 절감해 세출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전작업도 진행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것이다.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을 본회의 자동부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11월 30일 이후에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를 거쳐 예산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여당의 반대가 이어질 전망인데 그만큼 예산안 심사 자체가 험난할 것을 예고한 대목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역화폐, 고교무상급식 등을 반영하고 현 정부의 국정 실정과 관련된 부분과 특활비, 김건희 여사 예산도 모두 삭감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다”면서 “자체 예산안을 마련하거나 준예산으로 가는 것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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