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2개사 중 1곳은 ‘들러리’ 의혹
변칙적 공사발주로 지역업체 찬밥
경북도 산하 최대 공기업인 경북개발공사의 임대아파트건설 사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담합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이른바 ‘패키지특약’으로 건설공사와 무관한 땅까지 끼워 팔면서 파격적인 분양대금 결제 조건을 제시해 특혜시비도 일고 있다. (내일신문 10월 16일자 4면 참조)
30일 경북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상북도개발공사는 최근 경북도청 신도시조성사업 2단계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장설명과 입찰신청을 받았다. 764가구 규모인데 10년 임대한 이후 분양전환하는 아파트건설 사업이다.
추정 공사금액은 2600여억원이다. 여기에는 200억원 규모의 돌봄센터 건설 공사비도 포함됐다.
공사발주 조건에는 스마트건설 설계시공 일괄입찰과 경북지역 의무 공동도급비율 40% 및 49%까지 참여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300억원대의 미분양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 ‘패키지특약’도 포함돼 있다.
지난 12일 마감된 입찰신청에는 계룡건설과 금호건설 등 2개 공동수급체가 접수했다.
계룡건설 공동수급체는 계룡 49%, 에스씨건설 30%, 삼영건설 21%로 구성됐다. 금호건설 컨소시엄은 금호 50%, 포스코건설 40%, 플러스 건설 10%로 짜여졌다.
들러리를 세웠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곳은 계룡건설쪽이다. 주간건설사인 계룡이 경북지역 소재 2개 회사의 협조를 받아 의도적으로 급조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비 부담이 없다는 주간사의 요청에 따라 명목상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의 중소건설업체 입장에서는 3000억원 대에 육박하는 공사에 10% 이상 지분으로 참여하고 나중에 패키지로 파는 땅값까지 추가 부담하는 조건이면 실제 지분참여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쪽에서는 금호쪽 공동수급체에 포스코건설이 40% 참여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포항에 본사의 주소지만 두고 있는 ‘무늬만 지역업체’로 사실상 전국 단위의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끼리 짜고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중소 지역건설사들의 입찰 참여기회를 박탈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 사업 발주를 앞두고 특정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몇몇 대형건설사는 300억원대의 땅을 끼워 팔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고, 특정업체 낙찰 유력설이 나돌아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끼워 파는 도청신도시 미분양 토지의 결제조건도 파격적이어서 패키지특약에 대한 특혜시비도 나온다. 문제가 된 대목은 계약금으로 10%만 내고 5년 분납하면 된다는 조건이다. 중도금 40%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내고 잔금 50%는 아파트 완공시점보다 2년 뒤인 2030년 1월에 내면 된다.
통상 지방공기업은 토지를 분양할 때 계약금 10%를 내고 1개월 후 중도금 40%, 다시 1개월 후 막대금 50%를 내는 식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개월 안에 완납해야 한다.
지역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쌍방 합의에 따라 건설공사대금을 현금과 현물(땅)으로 나눠 지급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공사비와 별도로 땅을 묶어 파는 사례는 본 적이 없고 땅값 결제방식도 아파트 완공시점 보다 2년 뒤에 잔금을 받는 방식이라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경북도회 관계자는 “공기업의 통상적인 입찰방식과 달리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입찰조건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경북지역 업체의 수주기회를 원천 배제했다”며 “사업 추진과정과 입찰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담합의혹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오래 기간 다른 국가 공기업의 사례와 타당성 검토,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사업방식을 결정했다”며 “지지부진한 2단계 신도시조성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개발공사측의 고충은 알겠지만 건설공사 발주에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와 대구경북행정통합 추진 등이 추진되고 있고 사업성도 보장할 수 없는 땅까지 끼워 파는 방식은 타당한 지 따져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북개발공사는 2개 공동수급체로부터 오는 12월 2일 기본설계입찰서를 제출받아 심사를 통해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하고 오는 2028년 3월까지 임대아파트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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