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방문 첫날, 오찬 빼곤 모든 일정 함께

환영식부터 최고 예우 … 120분간 정상회담

"난관 예상되지만 남북 힘 합치면 길 열려"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항 환영행사에서부터 1차 회담, 환영공연, 만찬까지 첫날 일정을 함께 했다. 두 정상은 4월27일과 5월26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쌓은 신뢰와 우의를 재확인하며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두 정상 함께 평양시내 카퍼레이드 = 문 대통령에 대한 북측의 환영 행사부터 극진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태운 전용기가 18일 오전 9시49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공항에 나와 있던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전용기 앞으로 다가섰고, 비행기에서 내린 문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뜨거운 포옹으로 반겼다.

공식 환영식에선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인민군 의장대 사열과 함께 '국가원수 예우' 의미가 담긴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공항에는 평양시민 수천명이 나와 인공기와 한반도기, 조화 등을 흔들며 문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어 무개차에 함께 올라 카퍼레이드를 하며 평양방문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이 묵을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동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에도 카퍼레이드를 했지만 당시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니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함께 했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태운 무개차가 지나는 평양시내 거리에도 시민들이 나와 꽃술 등을 흔들며 환영했다. 청와대는 이날 평양 시내에 쏟아져 나온 환영 인파가 모두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영빈관에 도착해서도 문 대통령 부부가 2박 3일간 묵을 객실을 직접 안내했다.

김 위원장은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숙소는 초라하다"며 "비록 수준은 낮을 수 있어도 최대의 성의를 다했다"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아주 최고의 환영과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고 답했다.

◆노동당 본부청사 첫 정상회담 = 평양 도착 첫날 바로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2000년, 2007년 평양정상회담 때와 달랐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둘째날 오후에 이뤄졌고, 2007년 노 전 대통령 방북 때에도 역시 둘째 날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영빈관에 짐을 푼 뒤 노동당 본부청사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120분간 1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이 열린 노동당 본부청사는 우리로 치면 청와대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과 2007년에는 모두 남측 대통령이 묵고 있던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뤄졌다.

청사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라고 썼다. 회담은 3대 3 형식으로 진행됐다. 남측에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 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역사적인 조미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며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 역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8천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며 "전 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항구적인 평화와 협력시대 열자"=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예술공연도 함께 했다. 당초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김 위원장 부부가 공연장에 미리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영접하고 공연을 함께 지켜봤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로 시작한 공연에선 삼지연 관현악단의 연주곡과 함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뒤늦은 후회' 등 남측 가요도 연주됐다. 공연 중간중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어진 환영만찬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며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을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우리가 판문점에서 시작한 역사적 첫 출발이 온 겨레를 불신과 대결의 늪에서 과감히 벗어나 화해와 평화번영에 접어듦은 물론 이제는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민족화해와 평화 번영의 새시대로 들어선 것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남모르는 고충을 이겨내며 새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문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의 전진 도상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과 남이 서로 손을 맞잡고 뜻과 힘을 합쳐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때 길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도 중요한 의제"라며 "항구적인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큰 걸음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히 새로운 길인만큼 여러 가지 도전과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으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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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 평양공동취재단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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