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남북 내조외교

역사적인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열중하는 동안 남북의 퍼스트레이디인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온 종일을 함께 했다. 백화원에서 머문 것 외에는 저녁 공식 만찬까지 동선을 같이하며 남북 내조외교를 강화했다.

대화 나누는 김정숙-리설주 여사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배재만 기자


이날 오전 김 여사는 순안공항 환영식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자리한 리설주 여사와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고 행사 중간에도 리 여사와 보폭을 맞춰 이동하며 지속해서 얘기를 나눴다. 환영식 내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김 여사는 리 여사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김 여사는 백화원에서의 별도 오찬 이후 첫날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리 여사와 옥류아동병원과 평양종합음악대학 참관 일정에 함께했다.

옥류아동병원 방문에서 김 여사는 리 여사와 나란히 걸으며 병원을 둘러봤다. 김 여사는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학습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굉장히 좋겠다"고 말했다. 또 외래 환자 대기실에서 어린이 4명과 보호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프지 마라",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 여사는 김 여사로부터 참관에 동행한 가수 알리, 지코, 마술사 최현우 등을 소개받고는 알리에게는 "전에 한 번 오셨죠"라고 묻고, 최현우에게는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음악대학 음악당으로 이동하면서는 김 여사가 "풍성하게 열린 가을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이 맺혀지면 좋겠네요"라고 말하자 리 여사는 "저도 지금 하는 회담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도 피력했다.

만찬 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환영예술공연 관람에서는 '동무생각' 노래가 끝나자 멀리 앉은 리 여사가 자세를 일으켜 두 자리 건너에 있는 김 여사와 눈 맞추고 웃음을 맞추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남북정상회담 공식 환영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코트를 하며 동선을 함께 한 것도 물론이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인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일성·김정일 시절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들의 외부활동은 극히 자제됐다.

김정은 시대에는 리설주 여사가 활발히 활동을 하며 정상국가 이미지를 쌓는데도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령 위주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스타일 이미지에서 벗어나 내조외교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두 여사는 지난 4월 정상회담을 기회로 만찬 등을 통해 얼굴을 여러 번 접한데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리 여사가 김 여사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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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기자 · 평양공동취재단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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