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 개입에도 위기 여전 '시장 긴장'

국내은행 위기 가정 '추가자본 적립의무' 부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불똥이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로 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작년부터 파산 위기설이 끊이지 않던 CS에 유동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CS주가는 장중 30% 이상 폭락했다. 소시에테제네랄 등 유럽 대형 은행주들도 주가가 급락하며 거래가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수요가 강화되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고 미국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국제유가 또한 급락하며 배럴당 70달러 선을 밑돌았다.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이 CS에 필요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개입의사를 밝히면서 장 막판 낙폭은 줄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21.74포인트(0.91%) 떨어진 2357.98로 장을 출발해 오전 9시 30분 현재 2354.59로 25.13포인트(1.06%)로 하락폭이 커졌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0.52포인트(1.35%) 떨어진 770.65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하락세가 더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위험 회피 심리가 재확산하면서 급등세로 출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2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9원 오른 1316.6원을 나타냈다.

CS는 최근 결산 보고서에서 5개 분기 연속 손실 및 1000억달러 이상의 예금 유출로 인해 유동성이 악화된 상태가 발견됐다. 작년 말 기준 SVB 자산은 2090억달러인데 반해 CS 자산은 8030억달러로 약 4배 수준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VB보다 상징성이 큰 유럽의 대형은행인 CS발 위기가 불거졌다는 점은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은행권의 유동성 불안과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한층 더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은행권의 건전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금융 부문의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강화 계획을 세웠다. 은행이 환율·금리 급등과 성장률 하락 등 경제적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추정한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이 은행에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3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을 비롯한 은행의 자본·충당금 추가 적립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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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이경기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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