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재발 악순환 … 예방기준·처벌원칙 시스템화 해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만 2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고 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판교 테크노벨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붕괴 등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지하철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안전분야 전문가들은 사고의 원인제공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슷한 사건사고가 재발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지적했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기준과 처벌원칙을 시스템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 =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체육관 안에 있던 대학생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체육관에서는 1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있었다.

경찰의 종합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사고는 인허가단계부터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 전 분야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로 일어난 인재였다.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 사용과 부실한 시공, 지붕에 눈이 많이 쌓였는데도 제설작업을 제때 하지 않은 관리 부재 등이 겹쳐 체육관 지붕이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사고 발생 후 법원은 체육관 설계·시공·감리 담당자, 리조트 관계자 등 13명에게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등을 통해 지난해 7월 최종 확정된 처벌 내용은 체육관 공사책임자 서 모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설계·감리책임자 이 모씨, 체육관 지붕 패널 시공업자 박 모씨, 강도가 떨어지는 철골구조물을 납품한 업체 대표 임 모씨와 함께 사고 당시 지붕 제설 작업이나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마우나오션개발 사업본부장 김 모씨와 시설사업소장 이 모씨 등은 모두 금고 1년6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철골구조물 납품업체 직원인 이 모씨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건축구조기술사 장 모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중 가장 센 처벌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선고된 징역 1년6월이었다. 원청 시공회사인 마우나오션개발 대표와 모기업인 코오롱 그룹은 무죄였다.

하청업체 직원에 책임 전가 = 중대재해에도 정작 책임져야 할 기업과 사업주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나 직원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후에도 잇따라 반복됐다.

두달 뒤 발생한 세월호참사의 경우 청해진해운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 외에 배임죄까지 적용됐지만 고작 징역 7년에 벌금 200만원의 처벌을 받는데 그친 것이다. 이는 주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직접 행위자 중심으로 처벌하다 보니 원청보다는 하청, 사업주보다 실무자가 처벌되고 형량 또한 높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7월 산재사망, 재난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사고공화국으로 방치되는 근본 원인에 주목해 연이은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그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전예방시스템이 더 중요 = 안전문제 전문가들 또한 사고방지를 위해 사고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실시공의 경우 직접적 원인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아껴서 이익을 많이 내려는 이유 때문이므로 시공사에 벌금을 세게 부과하고, 그 대표를 엄히 처벌하는 등의 처벌이 필요하다. 실제 선진국은 안전사고 발생시 기업 최고책임자는 물론 기업자체에 막대한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부과하고 영업정지와 기업해체 수준의 중징계 처리를 하고 있다.

또 처벌강화보다 더 중요한 점으로 사전예방시스템이 강조된다. 어떤 사고, 어떤 행위에 대해 절대 어기면 안 되는 지 등 안전사고기준과 원칙을 정해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이는 음주운전 단속과 같이 사망사고가 있건 없건 행위 결과에 상관없이 기업의 나쁜 행위에 대해 사전 처벌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박두용 교수는 "처벌에 관한 법조항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사고가 예방되지 않고 사고가 나지 않았을 때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뻔히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초래한 사고나, 사고가 예견됨에도 무시하거나 이미 알려진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살인미수죄처럼 엄한 처벌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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