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부채규모 1조4천억원 달해” … 고려아연 “악마의 편집, 순현금 상태 유지”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고려아연이 재무건전성 논란으로 또한차례 부딪혔다.

영풍과 손잡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원이었는데 올해 6월말 현재 35배 폭증한 1조4000억원에 이른다”면서 “같은 시점 순현금 2조5000억원과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악화배경 중 하나로 무분별한 투자를 지목했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제동을 걸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019년 고려아연의 38개 투자건 중 30개 기업들이 2021~2024년 상반기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향후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전문경영진의 경영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제련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해 전기동 사업, 반도체황산 사업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 것은)약탈적 기업사냥꾼의 악의적 왜곡”이라며 “당사 유동성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악마의 편집을 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6월말 연결기준 당사의 현금은 2조1277억억원, 총차입금은 1조3288억원으로,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7989억원이며 이 같은 순현금 상태는 12월말에도 유지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악화 원인이 무분별한 투자 때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당사가 투자한 기업은 당기순손실이 아닌 당기순이익을 냈다”며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투자사 우량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제외하는 등 교묘하게 비틀었는데, 투자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단위”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당사의 주가를 ‘1개월 평균 주가’로 평가하며 경영성과를 축소했다”며 “최윤범 회장이 당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 3월 22일 당사 주가는 28만7000원이고,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방침이 언론에 나온 9월 12일 당사 주가는 55만6000원으로, 이 기간 주가는 9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기간 당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영풍의 주가는 -65% 폭락했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경영 및 거버넌스 문제 등에 대해서도 “MBK는 고려아연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전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오직 투자금 회수에만 목적인 사모펀드”라고 일축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9일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서로 의지하고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서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고 말했다.

한편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시장 울산시의회에 이어 1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울산상의는 “고려아연은 제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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