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승 의원 “MBK, 고려아연 M&A 시도 우려 …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도 문제”

지자체·소액주주단체,경영진 지지 … 영풍·MBK “최대주주, 1대 주주 경영권 강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것과 관련해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MBK가 과거 M&A 과정에서 과도한 구조조정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내 “MBK는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와 재무상태 개선, 효율성 향상 등의 명분을 앞세워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논란을 야기해 왔다”며 “기업인수 후 기업의 알짜 자산을 팔고,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 투자를 대폭 줄이고, 근로자들을 대거 해고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15면

박 의원실에 따르면 MBK는 과거 BHC 인수 후 가맹점 계약 부당해지, 물품공급 중단 등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5000만원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또 ING생명 인수 후 신한금융지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2조원 이상의 수익에도 수백명에 달하는 구조조정과 역외탈세로 인한 400억원 규모의 추징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박 의원실은 그동안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점포 수를 줄이고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사회적 갈등과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구조조정 놓고 갈등 반복 = 실제로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파트너스의 슈퍼마켓 부문(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매각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인근 종로대로 2개 차로에서 ‘밀실분할 매각 저지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안수용 홈플러스 마트노조 위원장은 이날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2년 내 1조원을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 했지만 지난 9년 동안 자신들의 빚 청산과 배당금을 가져가기 위해 홈플러스 부동산을 모두 팔아먹고 통합부서로 인력을 감축시켜 우리를 골병들게 만든 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에 가령의 부채를 상환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를 통째로 재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작아지자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10여개에 대한 분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의 분할매각은 곧 홈플러스의 기업해체를 선언하는 것”이라며 “이는 10만명의 직접 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업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측은 노조의 이런 주장에 “매각 대금은 전액 홈플러스 핵심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산유동화도 대부분 개발 후 재입점 방식을 선택해 고용을 100% 보장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고용안정 지원금도 지급해 왔다”고 반박했다.

배터리 생산 과정을 한눈에 지난 3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고려아연 부스에 배터리 생산 과정을 표현한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노동자 일자리 위협 기업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 = 박 의원은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사모펀드(PEF) 분야 총 1조원 중 2980억원을 MBK에 배정했다”면서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과 MBK의 잇따른 논란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투기적 PEF에 돈을 맡기는 것은 책임투자 원칙에 맞지 않다”며 “우리 기업과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협받으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라는 세계 최대급 연기금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 향후 다른 투자유치에도 용이해지는 이점을 MBK에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중국 재매각 가능성 놓고도 논란 =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서자 정치권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소액주주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6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외국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120만 울산시민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시장은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의회도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MBK는 홈플러스 인수 직후 폐점과 구조조정, BHC 인수 후 가맹점주 상대 폭리와 과도한 배당 등의 전력으로 시장경제를 흐렸다는 비판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며 “투기자본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고용을 유지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 등 일반주주들도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한편 정치권과 자치단체,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비판이 확산되자 영풍과 MBK는 입장문을 내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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