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2년 6개월 안팎 … 한국 3년 넘게 긴축 유지

한은 "통화정책 운용, 경기·물가에 집중할 여건 마련돼"

최상목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계기로 내수활성화 박차”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길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한은도 10월에 긴축에서 완화로 통화정책을 전환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미국의 정책전환을 계기로 내수활성화를 위해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한은, 미국보다 먼저 올리고 늦게 내려 = 미국 연준이 18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기존 연 최고 5.50%에서 5.00%로 0.50%p 인하했다. 연준은 2022년 3월 정책금리를 기존 연 0.25%에서 0.50%로 인상한 이후 지난해 7월(5.50%)까지 빠르게 금리를 올려 초긴축 정책을 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2년 6개월 가량 이어진 긴축을 일부 완화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특히 연준 위원들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 목표치를 연 4.40%, 2025년도 목표치를 3.40%로 제시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6월 기준금리를 연 4.50%에서 0.25%p 인하한 이후, 이달 12일에도 추가로 내려 4.00% 수준으로 완화했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해 2년 3개월 가량의 긴축을 유지한 셈이다.

이밖에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등도 속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통화정책을 전환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유럽과 영국, 캐나다 등이 정책 전환에 나선 반면, 주요 신흥국 가운데 한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여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국가도 곧 동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서 완화정책으로 돌아서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다. 한은은 2021년 7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기준금리를 연 0.50%까지 내렸던 것에서 0.75%로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긴축기조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가운데 사실상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은은 당시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0%로 올린 이후 지난달 금통위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따라서 2021년 7월 통화정책을 전환한 이후 3년 2개월 이상 긴축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금리를 올린 일본은행을 빼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최장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셈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미국 FOMC 주요 결과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 관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한은, 금리인하 여건 갖춰져 = 한국은행은 다음달(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긴축정책을 완화할 여건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해 물가안정목표치(2.0%)에 부합했다. 정부와 한은은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급격한 대외변수만 없으면 안정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 연준이 이날 금리를 큰폭으로 내리면서 대외 여건도 갖춰졌다. 한은은 그동안 통화정책 결정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도 주된 고려사항으로 판단했다. 외환시장의 환율변동성 때문이다. 19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0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연준이 올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예고한 만큼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와 환율 등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19일 오전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의 최대 변수는 가계부채와 이에 따른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가격 상승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동향이다. 일단 5대 시중은행의 9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8월에 비해 크게 꺾이는 양상이다. 이달 12일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2조1235억원 증가했다. 여전히 순증액이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하는 흐름이다.

정부도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를 강조하면서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전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물가안정과 시중금리 하락 등 내수 제약요인이 완하하고 있다”면서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을 계기로 내수 활성화와 민생안정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또 “9월부터 시행된 정책(2단계 스트레스DSR 등)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주담대 상승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내수활성활를 위해 한은의 역할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회의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참여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