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신임 검찰총장 19일 취임식

‘김 여사 명품백’ 사건, 첫 시험대

전·현직 권력수사 중립성 확보 주목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16일 임기를 시작한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수사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검찰 수장을 맡게 된 심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심 총장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국민의 검찰’을 강조했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역할은 어떤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 심 총장은 이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심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첫 시험대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사건 처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원석 총장이 임기 내 매듭을 짓지 못하면서 최종 처분은 심 총장의 몫이 됐다.

이 사건은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 전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 처분을 권고하면서 사건이 종결되는 듯 했지만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심위가 24일 열리게 되면서 최종 처분이 미뤄진 상태다. ‘최 목사 수심위’ 외에 검찰의 수사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돼 이달 안에 종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리검토까지 마친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지만 최 목사 수심위에서 ‘계속 수사’나 ‘기소’ 의견을 내놓으면 검찰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처분도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그동안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지난 12일 항소심 재판부가 이들에 대한 선고를 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주가조작 과정에서 손씨와 유사한 역할을 한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상태다. 그럼에도 검찰이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과 손씨 사례를 별개라는 논리로 무혐의 처분하면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심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다. 심 총장이 수사지휘권 회복에 나설지, 개입을 포기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도 심 총장의 과제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항공사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인데 검찰은 서씨가 받은 급여와 주거비 등 2억2300만원을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김정숙 여사의 해외 순방 의혹과 샤넬 재킷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민주당 이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5일 김 여사를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 대표에게도 서면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이처럼 검찰이 전현직 대통령 가족과 야당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는 것이 심 총장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야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대응도 심 총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검사탄핵에 이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등의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심 총장이 검찰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국민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