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이란 “이스라엘의 테러”

미국 “관여 안해, 확전 불원”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통신수단으로 쓰는 대규모 무선호출기(페이저·일명 삐삐)와 무전기가 하루 간격으로 대량 폭발해 최소 25명이 숨지고 3000명 넘게 다쳤다.

이스라엘의 공작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고조됐다. 미국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어제나 오늘 사건에 관여되지 않았다”면서 확전을 원치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민간인까지 겨냥했다는 점에서 “국제인권법을 어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와 동부 베카밸리, 남부 이스라엘 국경 인근 헤즈볼라 거점을 중심으로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폭발이 잇따라 최소 14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하루 전인 17일 오후에도 비슷한 지역들에서 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터져 어린이 2명을 포함해 2800명 가까이 부상당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 최근 몇 달간 통신보안을 위해 삐삐와 무전기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매체들은 미국 등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이스라엘을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제작·유통 과정에서 기기마다 배터리 옆에 무게가 수십g 인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심었다는 분석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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