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부채의 27% 차지 … 한은 "치솟는 전세자금에 대출 늘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긴축이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각국의 부채가 급증하고 자산가격이 급등했다.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물가가 빠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되면 급격히 상승했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자본시장의 위험이 신용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등 이른바 '퍼펙트스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로 인한 정부의 대출규제로 '대출난민'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 문턱도 높이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청년세대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2030세대 청년층의 부채가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 등이 늘어난 것이 청년층 부채 증가의 주된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최근 청년층 가계부채 현황 및 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485조7900억원으로 전체(1805조9000억원) 가계부채의 26.9%를 차지해 2분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부채는 다른 세대에 비해 속도도 훨씬 빠르다. 2019년 말 390조원대 수준에서 지난해 4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서더니 올해 들어 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세대의 부채 증가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대비 12.8%로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돈다.

청년층 부채는 전세가격 급등이 주된 원인으로 평가된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의 대출에서 주택 매매에 따른 담보대출 비중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지만 전세자금대출 비중은 25.2%로 다른 연령층(7.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청년층의 주담대가 낮은 것도 아니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청년층의 주택매입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담대도 증가했다"면서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청년층의 거래비중이 36.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대의 부채 증가에는 주식투자 등을 위한 신용대출의 급증도 한 몫하고 있다. 청년층 신용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이후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올해 2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20.1% 증가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일부 기업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청년층이 빚을 내 투자하는 흐름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회사의 신규 계좌 723만개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한 비중은 54%(392만개)에 달했다.

다만 청년층 부채가 급증하고 있지만 당장 이들이 신용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평가다. 한은에 따르면, 20~30세대의 연체율은 하락하는 흐름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청년층의 연체 잔액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15.8% 감소했다. 문제는 연체 감소가 워낙 낮은 금리 때문이어서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층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자신의 소득에서 부채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한 비중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전체 가계부채의 경우 36%대 수준이지만, 청년층은 2분기 기준 37.1%로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하위 30% 수준이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채무자'의 비중이 청년층은 2분기 기준 6.8%로 다른 연령층(6.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대출 원리금 상환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자산가격의 조정이 올 경우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75%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내년까지 두 세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0% 수준으로 올리고, 내년도 상반기에도 한 두차례 인상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려 놓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리자는 소수의견이 2명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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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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