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대출 가파르게 늘어

'부실 누적' 상환불능 가능성 커져

"유동성 위기 오래되면 생존 문제"

#서울 서초구에서 보습학원을 하는 A씨는 운영자금이 없어 무이자대출 기관인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찾았다. 최고 대출한도가 200만원뿐이지만 신용조회와 대출심사를 하지 않는 곳이어서, 더 이상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A씨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A씨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로부터 창업자금 7000만원도 지원받았지만 코로나로 학원생이 줄어들면서 2개월 연체가 발생했고, 다시 손을 내밀게 됐다.

##강남 구룡마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이달 7일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서 3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200만원을 신청했지만 거래실적이 없는 B씨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0만원이 전부였다. B씨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매달 2만5000원을 갚아야 한다.

12일 이창호 '더불어 사는 사람들'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부채를 견디지 못하면서 뇌관이 터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연명을 하고 있지만 현재 한계에 다다랐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최고 200만원을 대출해주는 곳이다.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이 찾는 '최후의 보루'인데, 최근 들어 자영업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축소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리인상과 금융당국의 '부채조정'이 시작됐고 금융권에서 대출받기가 한층 어려워지면서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일 NICE신용정보 센터장은 "코로나 피해업종 종사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금리인상과 유동성 공급축소시 부실위험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 대출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 120조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94조원) 대비 2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2분위(소득하위 21~40%) 대출 증가율도 27.6%로 가팔랐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 21.4%를 앞지르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들이 받은 대출잔액은 831조8000억원(245만6000여명)에 달한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내년 3월까지 3차례 연장하면서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0.2%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대출 연장과 정책금융 지원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보고 있다. 부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어서 연장 조치가 끝나면 상환불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의 유동성 위험은 신용공급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유동성 위험이 지속된 자영업자들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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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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