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수사로 좌천됐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

문재인정부 검찰총장 발탁됐으나 '조국사태' 수사로 정권과 대립

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당선

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교수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소득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어머니 최정자씨는 이화여대 교수로 근무하다 결혼 후 학교를 그만뒀다. 당대에는 흔치 않은 '엘리트 집안' 태생인 셈이다.

덕분에 윤 당선인은 유복한 성장기를 보냈고, 나머지 가족의 삶도 비교적 평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지 호소하는 윤석열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서울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실용적인 학문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당초 윤 당선인의 꿈은 법대 교수였다. 사법고시에 도전한 것은 교수도 실무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챙기는 것과 술자리를 좋아했던 윤 당선인은 사법고시 2차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가 사법고시를 패스한 것은 1991년. 9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조윤선 전 장관 등이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들이다.

34세의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검찰 생활에서 윤 당선인은 서서히 강골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9년 당시 김대중정부의 경찰 실세인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을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한 것은 한 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시절 때 모습. 사진 국민의힘 제공

2002년 잠시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검찰로 복귀한 윤 당선인은 2003년부터 권력 핵심을 상대로 한 대형 수사를 처리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를 맡아 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기소 했고,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때에는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수사하면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의 이름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은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을 때다. 그는 원세훈 국정원장을 상대로 원칙대로 수사하다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과 마찰을 빚었고 업무에서 제외됐다.

윤 당선인은 국정감사장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유명한 말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이 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됐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윤 당선인은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합류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모두 구속했다.

2017년 취임한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 수사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고 2019년 7월에는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다. 전임 총장에 비해 다섯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웠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정면 충돌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 외에도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현 정부와 대립하면서 윤 당선인은 순식간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추 전 장관이 자신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자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고 6월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리고 한달 뒤 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당선인은 11월 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고, 10일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