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머물며 여당에도 밀려, 중도층 흡수 못해

이재명 대표 검찰수사에 '정치 보복' 주장 안 먹혀

비명계 '민주당의 길', 여론 분석 … 비공개 전환

윤석열정부의 각종 악재가 쏟아지고 여당 내부의 '친윤' 논란으로 여론이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히려 국민의힘에 역전 당했다.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모든 호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하는 이재명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25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최근 윤석열정부의 악재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에는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상수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중도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현재는 '적극 지지층'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어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난 18~20일(셋째주)까지 이뤄진 여론조사들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0%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이태원 참사, 북한 무인기의 용산 비행금지구역 진입, 강제징용 피해자 위로금 대리지급 논란,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등 외교·안보·안전 악재가 겹치면서 상승세가 주춤거리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은 지난 17~19일 조사(18세이상 전국남녀 1000명,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서 윤 대통령 직무평가를 긍정적(잘하고 있다)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36%, 부정적인 평가(잘못하고 있다)가 55%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5째 주엔 긍정평가가 24%까지 하락했다가 10월 4째 주에 30%로 올라섰고 11월 4째 주부터 상승하기 시작, 올 1월 첫 주엔 37%까지 올라섰다. 1월 전체(3004명,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8%p)로 보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36%, 55%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이달 셋째 주에 32%대 37%로 간격이 더 벌어졌다. 1월 전체로 보면 33%대 35%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안에서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낮은 지지율에도 민주당이 더 낮은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8~20일까지 진행한 KBS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6.3%, 국민의힘 지지율은 33.2%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32.0%에 그쳤다. TV조선이 지난 19~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1008명)에서도 대통령 38.2%, 국민의힘 38.6%, 민주당 32.3%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수준으로 나왔다. 18~19일 MBC여론조사(18~19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에서 나온 지지율 역시 대통령 37.5%, 국민의힘 38.7%, 민주당 32.6%로 민주당의 저조한 성적을 보여줬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층에게도 힘 못 쓰는 민주당 =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호의적이지 않은 중도층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 지지도(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9%(부정 63%)로 낮은 수준이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8%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30%로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데 그쳤다. KBS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27.5%, 국민의힘 23.6%로 낮은 지지율을 보여준 중도층이 민주당엔 31.3%의 지지를 보내며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30%대 초반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MBC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국민의힘,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31.7%, 30.9%, 32.7%로 민주당의 성적표가 윤 대통령, 국민의힘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TV조선 여론조사에서는 28.3%, 28.1%인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은 33.2%로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다.

◆"정치보복" "야당 탄압" 안 먹혀 = 민주당이 대통령과 여당의 부진을 지지율 상승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야당 탄압'으로 몰고 가는 민주당의 전략이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KBS 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조사에 대해 정당한 범죄수사로 보는 시각이 47.7%, 정치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44.1%였다. TV조선 여론조사에서는 정당한 수사 57.1%, 정치보복 목적 36.3%로 나왔다. 중도층만 떼어놓고 보면 KBS조사에서는 정당한 범죄수사 45.0%, 정치보복 46.5%를 보였고 TV조선 여론조사에서는 정당한 수사 57.1%, 정치보복 36.7%를 기록했다. 여론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안 없는 민주당 = 문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점이다. 당분간 민주당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위험요인이다.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장동 의혹, 성남 FC 기부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의혹, 부인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는 범죄혐의가 수두룩하다. 조만간 이미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시작하고 대장동, 성남FC, 변호사비 대납 등 관련 인사들이 구속돼 조사와 재판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혐의와 의혹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그만두지 않은 한 사법리스크를 없앨 수 없고 이 대표를 그만두게 할 수도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이 대표와 함께 가야 할 텐데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거나 기소가 되면 정당 입장에서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이재명계 "공개발언 부담" = 비명계(비이재명계) 토론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오는 31일에 '민심으로 본 민주당의 길'에 대해 논의하며 현상 진단과 함께 대안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고 자유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원인 진단이 이뤄지고 대안에 대한 논의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 부진의 원인은 사법리스크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안까지 얘기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의원 27명이 참여해 출발한 '반성과 혁신'모임을 확대 개편한 '민주당의 길' 모임은 매주 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며 '비공개' 원칙을 세웠다. 자유로운 토론이 왜곡돼 전달되고 있다는 내부 평가에 따른 결정이라는 전언이다. 몇몇 의원들의 발언 일부가 언론과 SNS를 통해 전달되면서 '개딸' 등 친명계(친이재명계) 적극 지지층의 반발 등 당내 논란이 불거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의 의원은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왜곡 전달돼 의원들이 발언을 조심하게 되면서 외부에 토론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모두발언 등 모든 내용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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