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실적에 민간플랫폼 개방 요구

적극행정 감사청구·행정소송 움직임

행정안전부가 현재 '고향사랑e음' 단일망으로 운영 중인 고향사랑기부를 민간플랫폼에도 개방할지 관심이다. 한창섭 차관이 국회에서 "민간시스템을 포함해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실무부서에서는 여전히 단일망 포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23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금융기관' '정보시스템' '지자체 청사'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모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은 행안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 하나뿐이다. 농협을 통한 오프라인 기부도 할 수 있지만, 접수받는 농협 역시 고향사랑e음에 접속해 절차를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행안부가 모금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행안부가 이 상황을 쉽게 포기할 지는 미지수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행 초기이니 좀 더 지켜보자'거나 '기부 불편사항은 점차 해결해 가겠다'는 등 소극적 태도다. 무엇보다 '경쟁 과열'이나 '불균형'을 우려한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도 활성화라는 본질에 앞서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적극행정 감사청구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는 "모금 방법을 다양하게 열어두지 않는 것은 고향사랑기부제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민간주도 성장과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정부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며 "지금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지금보다 과격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실장은 "고향사랑기부제에 정부가 지금처럼 지나치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지방정부별로 다양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인선 강원 양구군 인구정책팀장은 "양구군은 단순히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보다 지역과 관계를 맺으며 꾸준히 지역 문제에 관여하는 관계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정기부 방식을 도입해야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구군은 제도 시행 초기 민간 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를 시도했지만 행안부 제재로 중단한 바 있다.

이처럼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향사랑e음 단일창구 정책을 고집하던 행안부가 태도를 바꿀지 관심이다. 한창섭 차관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정기부나 해외동포 기부가 되지 않는다는 이형석 의원의 문제제기에 "일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민간시스템을 포함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실적에 따르면 공개된 지자체 모금액은 기대 이하다. 2월 7일까지 모금액을 기준으로 부산의 경우 동래구 53건 365만원, 북구 38건 266만원, 사하구 58건 417만원, 강서구 44건 363만원 등 대부분 지자체가 300만~40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중구는 20건 33만원에 그쳤다. 그나마 사상구가 150건 3428만원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대구도 달성군(1395만원)과 남구(1149만원)만 1000만원대를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200만~5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구시 본청 모금액도 800만원대다. 다른 지자체들도 모금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모금액이 월등하게 많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주도도 모금액이 1억4441만원 정도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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