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17년부터 규제, 스테이블 코인도 법제화

한국은 이달 가상자산법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20일 증권법학회 "체계적이고 면밀한 연구 필요"

김남국 의원 사태로 가상자산(코인) 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 10년간 관련 법제도를 꾸준히 준비해서 시행하고 있는 일본처럼 한국도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가 2013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코인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때마다 정부가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10년 넘게 시간이 지났다.

위메이드 앞에서 기자회견 하는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 국민의힘 김성원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이 19일 오전 위믹스 발행사인 경기도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에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IR센터에서 열린 증권법학회 정기세미나에 발표자(일본의 암호자산 등 규제 개관 및 시사점)로 나온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일본은 2016년경 부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금융청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이고 면밀한 연구를 통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 투자자보호와 산업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했다"며 "우리나라는 지금이라도 체계적이고 면밀한 연구를 통해 기존의 법률 개정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는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거래소였던 마운트콕스가 있었지만 해킹 사건으로 대규모 고객 피해가 발생하면서 파산했다. 일본은 2016년 자금결제법과 범죄수익이전법을 개정해 2017년부터 가상자산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후 스위스 금융당국이 ICO(가상자산공개) 가이드라인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일본 내부에서도 ICO 규제방안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2018년 3월 가상자산 연구회를 설치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연구를 진행했다. 총 11회 회의를 거쳤고 관련 속기록을 모두 외부에 공개했다. 연구회는 2018년 12월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고 내용 대부분이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거래법, 금융상품판매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포함돼 2020년 5월부터 시행됐다.

배 대표는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자금결제법상 기존 가상통화로 정의됐던 것을 모두 '암호자산'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증권형 ICO를 통한 자금모집행위에 대해 전자기록이전권리와 전자기록유가증권표시권리 개념을 도입해 금융상품거래법상으로 규제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로 인한 스테이블 코인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불거지면서 일본 정부는 관련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해당 법률이 통과돼 올해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배 대표는 "자금결제법 개정의 배경요인으로는 해외에서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유통 증가,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은행에서의 효율적 거래필터링 필요성, 고액의 선불지급수단 확대 등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금융위원회가 '디지털통화 제도화 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특별한 대안을 마련하지는 못했고 이후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제도를 마련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2018년 가상자산 관련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관련 금융거래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2020년 특금법이 통과되면서 금융당국은 2021년 9월에야 가상자산거래소들에 대한 신고·수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안은 그동안 19건이 발의됐지만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김남국 의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 통합·조정 법안이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배 대표는 "일본 금융당국은 급변하는 암호자산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목적으로 2018년 3월 암호자산 연구회를 설치·운영했다"며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연구회를 설치 및 운영할 필요가 있고 회의에 대한 속기록을 담당기관 홈페이지에 올려 회의 내용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금융당국은 공인된 협의를 통해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급변하는 암호자산 등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며 민간 중심의 산업활성화를 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으로 사료된다"며 "우리나라도 기존 법률로 큰 틀의 가상자산 등 규제체계를 세운 후 세부적인 규제는 자율규제기관에 위임해 산업의 활성화도 함께 도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암호자산은 암호자산협회(JVCEA), 증권형토큰은 증권업협회(JSDA) 및 증권형토큰협회(JSTOA)에서 내부 규정을 통한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회는 지난달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관련 단독 규제법안을 의결했다.

가상자산을 유형별로 차등규제하는 방안이 포함됐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 관련 보관·관리 등 서비스업자에 대한 금융투자업자에 준하는 규제 수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감독기관을 맡아 '중요자산 준거 토큰 발행자'와 '중요 가상자산서비스업자'에 대한 검사·제재 등 감독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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