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없지만 축대 21곳 붕괴, 97명 대피

잠수교 나흘째 통제, 팔당댐 방류량 촉각

중부와 남부를 강타한 폭우로 12년만에 최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도 산사태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기상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에는 18일까지 비가 다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20~60㎜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편이다.

◆산사태 가능성 대비해야 =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내린 비로 지반이 약화돼 산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 비탈면 급경사지 축대옹벽 등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중남부에 쏟아진 폭우는 특히 산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오랜 기간 내린 비로 흙이 많은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시간당 200~300㎜급 집중호우가 퍼붓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산이 무너져 내리며 주택과 축사를 덮쳤다. 반지하 침수에 주력하는 사이 산사태 등 다른 곳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진즉부터 제기됐지만 쏟아지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본지 2023년 6월 14일자 5면 참조).

서울도 반지하 침수 예방에 수방대책을 집중하는 사이 산사태 등 다른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이번 주에 남북을 길게 오르내리며 호우를 뿌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15일에는 먼 남해상에서 4호 태풍 탈림이 발생했다. 태풍은 우리나라가 아닌 베트남 하노이쪽으로 향할 전망이지만 태풍 수증기가 장마전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에 관련 피해가 없던 것도 아니다. 지난 13일부터 내린 강한 비로 도로축대 등 21곳이 붕괴되고 97명이 대피했다. 잠수교 등 도로 5곳과 하천 15곳이 통제됐다. 총 47가구 98명이 일시 대피했고 이 가운데 15가구 34명은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도봉구와 서대문구, 금천구에선 수천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잠수교는 4일째 통제가 지속되고 있다. 15일 오후 9시 30분 최고 수위가 8.42m까지 도달했고 17일 오전 7시 현재 6.88m를 기록 중이다.

◆서울 강우량만 봐선 안돼 = 서울의 비 피해와 침수 규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팔당댐 방류량과 이로 인한 한강 수위는 방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틀 전보다는 감소했지만 비가 다시 올 경우 누적된 빗물에 더해져 강 수위가 일거에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6시 50분 기준 팔당댐 방류량은 초당 7500톤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대응 2단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하천 27개 가운데 10개가 통제 중이며 도로 4곳이 통제 중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는 덜 왔지만 문제는 누적 강수량이다. 서울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린 노원구의 경우 지난 주에만 218.5㎜가 내렸다. 비가 그쳐도 한강 수위가 내려가지 않는 것은 누적된 강우와 지천에서 유입되는 물들이 한강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한강 수위와 관련해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강원도 강수량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7·18일 강원 남부에는 최고 120㎜의 비가 예상되고 있다. 강원도에 내린 비는 팔당댐에 영향을 주는 남한강 상류댐들의 방류량을 증가시킨다. 춘천 소양강댐, 원주 횡성댐, 충주 충주댐 등이다.

충주댐은 17일 오전 7시 현재 저수율 64%, 초당 방류량 3936톤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충주 지역엔 17일 30㎜, 18일 최대 90㎜의 비가 예보돼있다. 충주댐이 방류한 물이 팔당댐에 도달하는 데는 14시간이 걸린다. 강원도에 내린 비가 댐 방류량을 늘리고 여기에 서울에 내린 비가 합세하면 한강 수위는 삽시간에 차오를 수 있다.

빗물과 이로 인해 누적된 유입강수 증가로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1만5000톤을 넘어설 경우, 선박 및 수상시설 운항은 전면통제되고 한강변에 시민출입이 전면 차단된다. 한강 수영장 운영은 당연히 중단되고 주차장 진입도 모두 통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비 예보는 없지만 보강근무를 유지하고 기상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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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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