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위기신호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자체 대응 총체적 부실
"합동분향소 계획도 없어" 분노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재난에 대처해야 할 행정기관들의 무사안일한 대응이 부른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미 수차례 위험신호가 있었는데도 충북도 청주시 경찰 어느 한 곳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매번 반복되는 후진국형 재난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1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참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충북도·청주시의 늑장 대응이다. 미호강 범람 위기상황을 감지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행정기관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
오전 6시 29분에는 청주시 하천과에, 또 6시 31분과 6시 38분에는 충북도 자연재난과에 각각 위기 상황을 알렸다. 하천 범람 직전까지 청주시 흥덕구청 건설과와 도로과에도 각각 긴급전화를 돌렸다. 환경부 산하 금강홍수통제소도 6시 31분 흥덕구 건설과에 범람 위기상황을 알리고 주민대피를 요청했다.
행복청과 금강홍수통제소가 이처럼 긴박한 상황을 전파했지만 청주시 대응은 고작 '주의'하라는 재난문자를 두 차례 보낸 것이 전부다. 심지어 도로 관리주체인 충북도에 상황을 전파하지도 않았다.
충북도 역시 사전 경고를 무시하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의 폐쇄회로(CC)TV로 현장 상황을 보고서야 현장에 출동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그 당시 괴산댐 월류 문제로 모든 직원들이 비상대기 중이었다"며 "미호강 상황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에도 위기상황을 알리는 신고가 두차례 접수됐지만 정작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자는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 현장의 최 모 감리단장이다. 최 단장은 사고 발생 1시간 30분쯤 전인 15일 오전 7시 2분 112로 전화를 걸어 '제방 범람 위기'를 알리고 '오송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 최 단장은 55분 뒤인 7시 56분 다시 112에 같은 내용의 신고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경찰은 두번째 신고전화를 받은 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가 아니라 이보다 700m 떨어진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했다.
행복청은 원인을 제공한 기관이다.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미호강 제방 붕괴로 인한 범람이다. 행복청이 2018년 2월부터 진행한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원래 있던 둑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쌓은 곳이 무너졌다. 행복청은 계획홍수수위(9.3m)보다 높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집중호우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하천 확장공사가 더뎌진 것도 범람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7년 3월 사고발생지점 인근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미호천교 부근 하천 폭을 350m에서 610m로 넓히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하지만 2021년 12월 완공 예정이던 이 공사는 행복청의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의 '충북선 개량공사'에 우선순위가 밀려 중단됐다.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국토부로부터 하천관리를 넘겨받은 환경부는 이를 이유로 계획된 하천정비사업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과적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방 붕괴에 대비하지 못했다.
이처럼 관련 기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분산돼 있다는 얘기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지하차도를 통과하는 국도 508호선 관리책임은 충북도, 사고 원인이 된 미호천교 공사 관리자는 행복청이다. 또 범람한 하천 관리책임은 환경부(금강유역환경청)와 청주시에 있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14명이나 참담하게 목숨을 잃었는데도 행복청 충북도 청주시 누구도 공개 사과를 하지 않고 합동분향소도 만들지 않고 있다"며 "해도 너무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시의원은 "정부 감찰이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시의회 차원에서도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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