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우크라이나 지원·부자감세 '윤석열예산' 집중 삭감 추진

여야 대치, 총선 앞 지지층 결속 … "예산독재, 죽을힘 다해 막아내겠다"

지난해 12월 24일 통과 … 1960년 이후 첫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을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의 결기가 심상치 않다. 특검, 국정조사, 법안, 탄핵 등이 연이어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에 걸려 '절대 다수의석의 효용감'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남은 게 '예산'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새만금, 지역상품권 등 주요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버렸고 '문재인정부 지우기'나 '진보진영 외면'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12월 2일(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는 국회법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국회 선진화법 이후 가장 늦게 통과시킨 지난해의 '12월 24일' 기록까지 갈아치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초유의 '준예산'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구호 외치는 전북도의원들 | 전북도의원들이 13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15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있는 핵심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은 연말에 가서야 협상이 이뤄질 텐데 준예산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가 야당의 주장을 수용할 준비나 의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정부에서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거대야당의 강도 높은 심사를 무시하거나 넘어설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당 역시 예산안만큼은 쉽게 통과시켜주기 어렵다"고 했다.

◆총선 앞 강도 높은 요구안 =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전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새만금 예산 삭감과 관련 "비정상 가운데서도 가장 비정상적인,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예산 편성인데 예산을 가지고 특정한 지역을 압박하겠다는, 말 그대로 독재적 발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이번 내년 예산 심의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각오를 가지고 응하겠다"고 했다. 지난 11일 광주에서는 "전체적으로 국민을 아예 외면하는 그런 예산이라고 규정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의 62.1%, 약 1237억 원을 삭감했다"며 "귀농·귀촌 지원 예산 135억,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 95억, 새만금 예산 5147억 등 지역 예산들을 줄줄이 삭감하고, 지역 화폐는 존폐의 위기로 내몰았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정부가 삭감한 지역 예산을 되살려 지역을 소멸위기로부터 지키고 진정한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조세재정특위 관계자는 "민주당은 저출산 문제와 함께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경제 관련 예산 등에 집중해 요구할 것"이라며 "내년 예산안 편성 문제는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대한 살려낼 것은 살려내고 지킬 것은 지키는 그런 예산 심사가 될 수 있도록 정말로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삭감권' 활용하나 = 민주당은 168석을 갖고 있는 다수당이라는 점을 활용해 국회가 가지고 있는 '삭감권'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 예산을 최대한 삭감해 증액 재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통상적으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중 삭감한 만큼 증액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상임위에서라도 삭감권을 활용해 윤석열정부 핵심과제 예산을 깎아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은 예결특위에서도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증액할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 검찰 등 특수활동비, 우크라이나 지원이나 해외 원조 등을 위한 ODA(공적개발원조), 선심성 SOC, 부자감세 등 윤석열정부의 핵심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 통과 시점이 크게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인 '2023연도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 확대와 법인세 인하 등을 내걸고 막았고 12월 24일에야 통과시킨 바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진화법이 명시한 12월 2일을 넘어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현재 야당과 타협하지 않고 지지층에만 호소하며 프레임을 짜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보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준예산 가능성까지 열어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준예산은 헌법 54조에 의해 회계연도 개시 때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경우에 일정 범위 내에서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1960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껏 집행된 사례는 없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올해 성남시가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다만 국가재정법은 준예산으로 집행이 가능한 구체적 범위나 집행 절차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제 준예산 편성이나 집행때 혼란이 예상된다. 과거에 공무원 보수가 준예산 집행 대상인지 여부 등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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