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최대, 상위 500대 기업 236개
중국은 9년 만에 절반수준인 10%에 그쳐
“중국 이탈 자금, 일본·인도 등으로 유입”
미국 기업의 증시 시가총액 규모가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한 때 미국의 절반 가까운 수준까지 따라갔지만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 투자자금이 중국을 탈출해 미국이나 인도, 일본 등지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분석기관인 QUICK·팩트셋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기준 51조달러에 달해 지난해 말에 비해 1조4000억달러 증가했다. 미국이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대비 1.6%p 상승한 48.1%로 2003년 9월 이후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기업의 이러한 기세는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상위 5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기업은 지난 2일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약 3조달러) 애플(약 2조8000억달러) 등 빅테크기업을 중심으로 236개 기업이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됐다. 이는 2020년 말 기준 206개사에서 3년여 만에 30개사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미국은 알파벳(약 1조7000억달러)과 아마존(약 1조7000억달러) 등 빅테크기업을 중심으로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 이외의 기업 가운데 상위 10위에 들어간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약 2조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홍콩 증시를 포함한 중국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 1조7000억달러 감소했다.
중국 증시규모는 2015년 6월 한 때 전세계 증시의 20%에 달했지만 최근 10% 정도에 그쳐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은 시가총액 상위 500위 안에서도 2020년 말 80개사에서 최근 35개사로 감소해 일본(31개사)에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 2일 기준 중국 기업 가운데 텐센트(약 3000억달러)가 시가총액 26위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삼성전자(21위)에도 뒤졌다. 중국은 2020년 말 기준 텐센트(약 6000억달러)와 알리바바(약 6000억달러) 등 2개 기업이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등 4개사가 상위 30위 안에 들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기업간 격차가 벌어진 데는 양국의 테크기업 실적과 전망 등에서 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알파벳(구글)과 메타 등 주요 테크기업이 최근 사상최대의 실적을 발표하는 등 미국 경기 호조의 흐름을 타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테크기업은 중국 내수시장의 부진 등으로 알리바바 등이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소비자 관련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증시를 뜨겁게 바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미중간 격차가 확연해지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약 1조6000억달러·6위) 등이 생성형AI 반도체칩이라는 미래 주력산업에서 앞서가면서 시가총액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생성형AI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미국의 수출규제 등으로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중국은 반도체칩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등으로 최첨단 반도체 장비의 수입이 어려워졌다”며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인 SMIC 주가가 연초에 비해 25% 하락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여전히 자국 테크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돌연 인터넷게임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촉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바론캐피탈에 따르면, 전세계 성장주펀드 가운데 중국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지난해 4분기 전무했다. 한 때 전세계 주요 성장주펀드의 30% 안팎이 중국 주식과 관련있었던 것에 비하면 투자열기가 확연히 사그라들었음을 반영한다.
한편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은 미국은 물론 인도와 일본 등지로 유입되는 양상이다. 특히 인도는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에 21개사가 포함돼 2020년 말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인구대국 인도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국영 인도생명보험(LIC) 등 내수 관련 기업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