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익 수호 … 다양성 필요" 강조
“세비 깎으면 국회개혁이 용이해질 수 있을까"
“헌법 규정한 장관 출석 의무, 잘 안 지켜져”
“청년정치 활성화, 제도문제 아니라 정당문제”
국회입법조사처 현안보고서 잇달아 내놔
각종 정치 현안에 입법부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가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 올린 ‘세비 감축’ 논란에 대해서는 “과연 의원급여를 삭감하면 국회개혁이 용이해 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사례 등을 들어 법조인 많은 국회, 국회 출석을 거부하는 장관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 청년정치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 등을 짚어내기도 했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정치의회팀장은 ‘국회의원 급여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 의원 급여를 결정하는 세 가지 방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국회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급여(세비) 삭감’이 단골 의제로 등장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랫동안 정치분야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내온 전 팀장은 “국회 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유능한 인재를 의원으로 충원해야 한다”며 “막중한 책무를 갖는 의원에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그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서의 공직은 로마시대의 신화에 불과하며, 의원을 비롯한 공직자는 그 직위와 책무에 합당한 급여와 처우를 받도록 되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셀프 인상’과 ‘많은 세비’ 측면도 살폈다. 전 팀장은 “의원은 입법권과 재정통제권을 갖다 보니 의원 급여를 자유롭게 인상할 수 있다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이런 오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일반적”이라며 미국과 독일 사례를 들었다. 이어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급여를 원하는 대로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이 의원급여를 조정할 때 공무원보수 조정비율의 범위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국회 규칙 개정권은 국회 운영위에 있는 만큼 ‘셀프 인상’에 해당되지만 정부 예산편성안에 포함돼 있고 공무원 봉급 인상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국회가 공무원 보수인상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그리고 2020년에 국회의원 급여는 동결됐고 2023년에도 공무원 보수가 1.4% 인상되었지만 4급이상 공무원 보수는 동결되면서 국회의원 급여도 동결된 바 있다”고 했다. 올해 인상률은 공무원과 같은 1.7%였다.
◆법조인, 당선률 39.4% … 전체 의원의 15.3% =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 중 법조계 비중이 많은 것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대답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대표도 법조인 출신이다. 전 팀장은 지난달에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법조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의회가 다양한 유권자 집단의 구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인구집단의 거울’인 의회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21대 국회의 경우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후보자가 117명이었고 이중 39.4%인 46명이 당선됐다. 전체 의원 중에서는 15.3%를 차지했다. 그는 “법조인 출신 의원의 높은 비율은 법률전문가 경력이 의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당과 유권자의 기대를 반영한다”면서도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법조인 출신과 비법조인 출신 의원간에는 입법활동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주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국민의힘은 검찰에서 법조인을 충원하면서 제21대 국회에서 그런 (이념적 강등 심화) 양상은 더욱 심화됐다”고 했다. “변호사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변리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간의 이해갈등 법안)은 법조인 출신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며 “법사위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의 예비후보자 등록이나 인재영입에서도 검사 등 법조계 출신이 두드러진다”며 “특정 직업집단이 의회에서 과다대표되는 것은 대표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헌법 64조 ‘장관 출석 의무’에도 불출석 많아져 = 최근 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국회의 출석요구에 불참하는 사례가 많아진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태엽 입법조사관은 ‘국무위원의 국회 출석·답변제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에서 (상임)위원회 개회일시가 정해져도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국무위원을 대리할 정부위원조차도 대신 출석하지 않아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 정부에 질의할 기회를 제한하는 일이 발생해 왔다”며 “정부는 특정교섭단체의 요구만으로 국무위원이 국회나 그 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교섭단체간 합의로 의사일정이 정해진 경우에만 국무위원이 출석할 수 있다는 정부의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이를 둘러싼 국회 안팎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헌법 62조에서는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이 국회나 위원회가 요구할 경우 출석해 답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본회의나 위원회가 의결로써 국무위원의 출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였음에도 국무위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았을 때 제재할 수단은 현행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정부에 국무위원의 국회 출석 답변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여 국회와의 소통과 협치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34세 프랑스 총리 소개하며 한국 청년정치에 ‘훈수’ =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청년 정치’에 대한 요구와 한계에 대해서도 짚어냈다. 지난 1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1989년생, 34세의 가브리엘 아탈을 신임 총리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오창룡 입법조사관은 ‘프랑스의 최연소 총리 임명과 청년 정치’보고서를 통해 “선거 시기에 외부 명망가를 발탁하는 방식보다는,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제도와 관행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정치인은 미숙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며 청년이 정치에서 더 많은 역할과 임무를 맡을 수 있도록 정당 차원의 청년 정치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아탈을 신임 총리로 지명한 것은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며, 그가 여당과 내각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으면서 독자적인 활동 영역과 지지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아탈 총리의 정치 경력은 사회당 청년조직에서 출발했으며, 그는 정당 내에서 경력을 쌓으며 정치적 역량을 성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는 청년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선거제를 개혁하거나 청년할당제와 같은 제도를 별도로 도입하지 않고도 정당 중심으로 청년 정치를 활성화한 사례”라고도 했다.
한편 영국에서 2015년 도입한 이후 활발하게 운영되는 의원소환제를 소개하며 국회 안팎의 윤리심사절차와 독립된 조사절차 등을 통한 자정능력을 강조했다. (영국의 의원소환법과 의원소환 실제 사례, 김선화 선임조사관) 의원소환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회 자정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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