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신체 보호가 경찰관 1호 직무”

김광호 전 청장, 경찰관 재판 증인 출석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경찰관들 재판에서 “이태원 참사를 예측하거나 사전에 대비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반복하자 재판장이 직접 관련 법조항을 열거하며 이를 질책했다.

김 전 청장은 2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5명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의 사전 대비와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압사와 같은 충격적인 사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재난 주무부처는 소방이지 경찰이 아니다. 경찰은 현장 관리를 지원하는 부서”라며 “경찰의 기본 목적은 범죄 예방과 진압이다.

인파 관리, 혼잡 경비 같은 부분이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를 진압하고 해결하는 것이 일차적 의무다. 재해와 관련해서 경찰이 중심에 서 있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계속해서 ‘범죄 예방’을 강조하자 재판장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 중요도 순으로 직무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아는데 1호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국민의 생명·신체와 재산 보호가 1호, 범죄 예방은 2호다. 경찰관의 더 중요한 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재판장은 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이는 핼러윈 당시 시민들의 통행 등을 경찰력으로 제지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에 대해 “사고 발생 전 동영상을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사고가 예전에 없었다고 해서 사고가 난 뒤에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청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에 앞서 용산경찰서로부터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김 전 청장은 “이 전 서장이나 용산경찰서로부터 경비기동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느냐”는 검찰측 질문에 “교통기동대 지원요청은 있었지만,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청장은 또 “많은 경찰력이 배치됐는데, 사고 발생한 장소 부근에 인파가 몰려서 안전사고 우려된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간 적은 없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도 “특별히 보고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은 그간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그것이 한 단계 사회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사고 이후 그 험난한 과정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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