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일본은행, 금리인상밖에 해답없다”

엔저로 수익내는 기업도 지나친 변동성에 우려

엔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정황이 나오지만 일시적 봉합에 그친다는 평가다. 일본은행이 금리정책을 수정하지 않는한 엔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엔저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보고 있는 기업들도 지나친 환율 변동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30일 일제히 엔·달러 환율이 전날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0엔대를 넘어서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것에 주목했다. 특히 전날 오후 달러당 154엔대까지 환율이 하락하는 등 하루에만 6엔 가까운 변동성을 보이자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을 당연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0엔대에서 154엔까지 급등락했다”면서 “정부와 일본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매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엔·유로 환율도 171엔대까지 올라 1999년 유로 단일통화 출범이후 엔화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저 흐름은 바꾸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저의 배경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와 일본의 막대한 무역적자 구조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9일 160엔대까지 엔화가치가 급락한 데는 지난 26일 열린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로금리 유지 결정이)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커다란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당분간 엔저에 대응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해석이다.

30일부터 5월 1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엔화 약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연준은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 등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갈수록 뒤로 늦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 가능에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멀어질 전망이 강해지면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도 ‘시간벌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쓸 수 있는 실탄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일본의 외환보유액(약 1조2900억달러) 가운데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550억달러 수준으로 파악했다.

아사히신문은 “2022년 9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600억달러 이상 시장에서 달러를 내다팔았지만 일시적인 방어에 그쳤다”며 “대부분 외화준비금을 미국 국채로 가지고 있어 이를 매도하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준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재무성 간다 마사오 재무관은 29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시장 개입 유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다만 “(시장개입 여부에 대해) 다음달 말 확실히 발표하겠다”면서 “(시장움직임에 대해) 24시간 365일 평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투기세력에 대한 견제에 나서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한편 일본 경제계도 지금과 같은 지나친 엔저에 우려를 보였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최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환율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일본경제의 실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엔화가 저평가됐다”면서 “현재 환율은 미일간 금리차에 더해 중동 정세의 긴박함에 따른 원유가격의 급등, 단기적인 투기 자금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도쿠라 회장은 그러면서 “정부와 일본은행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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