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현금수거책 역할을 맡은 만 17세 미성년자를 배제한 채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고 할 때 그 청구에 실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최근 판결의 흐름을 보면 좀 더 신중히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민법 제755조 제1항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 자녀가 저지른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그 부모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부모 상대 손해배상청구사건 증가

그런데 대법원은 위 민법 조항에서 더 나아가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 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참조)했다.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경우라도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상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미성년 부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시 취지에 따라 하급심에서는 만 17세 무렵인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부모와 함께 살며 보호·감독을 받고 경제적인 면에서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가해자가 비록 기숙생활 중이었다 하더라도 부모는 평소 자녀가 타인을 폭행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하는 등 보호·감독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 해 학교폭력이 발생했으므로 부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보이스피싱 사건과 관련해 많은 하급심 판결(수원지법 2021가단576655, 서울서부지법 2020가단273499, 서울남부지법 2019가단243141, 부산서부지원 2018가단5230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거 충분히 검토 후 소송 결정할 필요

이상의 판결을 보면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부모가 감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거나 감독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그 위반과 범죄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범죄 피해자에게 패소판결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만약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소송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나 증거가 없어 패소하는 경우 소송비용을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범죄 피해자가 배상을 받으려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소송비용을 지출해야하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막연히 미성년자가 보호처분 등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성년자 부모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선택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신중히 파악해 그 부모가 감독의무를 위반한 사실 및 감독의무위반과 피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한 후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임원범 대한법률구조공단 마산출장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