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당사자-부모-활동가 참여, 시범사업 안착에 큰 도움 … “접촉 중단없이 이어가야”

고립·은둔 청소년과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활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의 안착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립·은둔 경험자와 활동가의 참여와 민·관 협력으로 촘촘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가족부는 12개 지방자치단체의 ‘학교밖청소년센터(꿈드림)’를 중심으로 고립·은둔 수준 진단부터 상담 치유 학습 가족관계 회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시범사업을 3월부터 진행한다. 보건복지부는 4개 광역시에 ‘미래청년센터’를 설치하고 온라인상 자가진단과 도움요청 창구를 마련해 조기 발굴하고 대상자의 고립정도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 등 시범사업을 7월부터 시행한다. 서울시도 이전의 지원사업을 보완해 ‘서울 청년기지개 센터’를 열어 연중 상시 모집과 지원체계로 바꾸고 고립·은둔청년 지원을 4월 말부터 추진한다. 당사자와 기존 활동가 등 관계자들의 기대는 크다. 사업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당사자와 가족 ‘지원 성공사례 늘리기’보다 해당 지역단위 지원망 짜기와 적절한 종사자 양성·배치 등 기반 다지기가 우선 중요시된다. 기존 활동가 등 전문가들에게 지자체 센터들의 사업 안착을 위한 대안을 물었다.

기존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자체 지원센터가 고립·은둔이 지원활동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고립·은둔이 발굴부터 지원까지 장기적 지원 전력 하에 센터의 역량을 모아 팀플레이로 추진해야 하며 지역 민관 협력망을 잘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이정현 사회적협동조합일하는학교 이사는 “장기 지속적 전망을 가져야 한다. 고립·은둔이는 일정기간 상담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분 사회로 나오거나 관계를 맺었다해도 계속 의미있는 활동이 이어지지 않으면 재고립·은둔이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공공과 민간의 센터간 협업이 중요하다. 기존 고립·은둔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민간단체·법인을 발굴 육성 연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학과 교수는 “전문지원가는 사정-상담-연계 세 기능을 갖춰야 하지만 한사람이 다 잘할 수 없고 지역 대상자들을 다 도울 수 없다. 센터 구성원의 팀적인 지원 접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 현 사단법인임마엘 센터장은 “센터에서 발굴과 지원 그리고 사례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심리상담-방탈출 서비스-은둔형외톨이 전용 공간 운영사업 등으로 서비스가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립·은둔이 당사자들이 동화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토리, 여행을 떠나다’ 참여 중. 사진 광주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제공

◆광주센터 단계별 지원 성과 = 광주광역시에는 시 지원 하에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2022년 4월부터 활동 중이다. 광주시는 2019년 10월 은둔형외톨이 지원 조례를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들었다. 고립·은둔이 지원사업에 관심 있는 지자체 등이 활동사례를 듣고 배운다.

백희정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고립·은둔이는 가정 사회 학교 등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다. 활동 관계 공간에서 고립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지자체 대부분의 정책은 단기간-일회성 프로그램 지원 방식이었다면 이 지원정책은 좀 더 긴 호흡으로 당사자를 만나고 은둔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광주지원센터는 ‘단계별 지원’전략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지역 거주 당사자나 부모가 직접 혹은 지역 기관 연계 등을 통해 센터에 지원 의뢰 접수-상담이 이뤄진다. 가족은 센터를 찾아와 8회 기본으로 상담하고 가족 교육이나 자조모임에 참여한다. 당사자는 센터 직원이 가정방문하거나 센터에 나와 12회 기본으로 상담하고 생활습관-대인관계 개선과 사회생활 연습-자조모임에 참여한다.

백 사무국장은 “은둔 기간이 길수록 사회와 단절을 뛰어넘는데 극복하는 시간을 가져야하고 센터에 오래 머물 수 있으면 더 도움이 되니 다양한 상담-활동 프로그램, 일 경험 등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센터가 지난해 당사자들에 제공해 호응이 높았던 ‘원,원,원해요!’ ‘아무튼, 출근!’ 프로그램이 있다.

‘원,원,원해요!’는 계속되는 은둔 생활로 인해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이다. 매일 포춘쿠키(또는 질문지 볼) 속 한 가지 질문에 답하며 자기를 탐구해보고, 그 답을 센터와 나누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 만들고 싶은 습관이나 개선하고 싶은 생활습관을 골라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수행한다. 6주동안 답한 내용을 모아 센터는 ‘자기탐구 보고서’를 만들어 준다. 자신이 답한 것들을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새롭다. 참여자들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크게 배려해 줘 너무 고맙다” “최근의 일들을 기억해서 내일의 질문에 써 먹을 수 있는 기대감이 아침의 저기압을 극복하게 해준다”고 후기를 남겼다.

‘아무튼, 출근!’은 사회생활기술 훈련이다. 하루의 일과에 출근이라는 규칙적인 일정을 끼워 넣어 무너진 생활 리듬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튼’ 출근 후 하루를 계획하고 동료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활동을 하며 다가올 사회생활을 준비한다. ‘아무튼 출근’하면서 서로 지켜야 했던 매너가 있다. △오며 가며 인사 건네기 △서로 배려하는 존댓말 △기다리는 동료 배려하기 △솔직하게 말하기 등이다. 지난해 9월 출근자 6명은 주간회의-영화관람-밀키트-실내활동 등을 진행했다. 한 참여자는 “지난 1년간 은둔생활을 하며 너무 막막하고 힘들었는데, 근 한달 생활이 지난 1년보다 더 밀도 높았다. 나의 상황이 동굴인 줄 알았는데 끝이 있는 터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무튼, 출장!’을 통해 제주 2박3일 여행도 진행했다.

명랑한은둔자모임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명랑한 공예 활동. 사진 광주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제공

◆발굴된 이들 지원할 역량 준비가 우선 = 지자체 센터의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센터는 그동안 당사자 77명을 지원했다. 광역시에서 그 정도 지원이면 너무 제한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백 사무국장은 “광주센터는 센터장 포함 직원이 4명이다. 광주센터는 발굴·의뢰된 당사자와 부모를 지원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발굴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을 통해 많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발굴한 이들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센터의 역량이 충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전지역의 당사자와 부모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 지원 등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는 줄었다. 2023년 청년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립청년만 34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은 연간 6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높은 확률의 질병 발병과 마음 건강 문제에 따른 치료 등 개인별 복지비용은 연간 2000만원을 추정된다. 백 사무국장은 “청년재단에 연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을 지원하는데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게 오히려 사회의 비용을 줄인다”고 밝혔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 청년기지개센터’를 설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서울지역 11개 복지관을 거점으로 ‘권역별 사례관리와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16개 서울청년센터와 협력해 고립은둔청년을 발굴 연계하고 지역별 특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서울시는 이전의 서비스 이용기간이 분절됐다는 지적에 따라 연중 상시 모집체계로 바꿨다. 이전보다 진일보한 활동이 예상된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에 당사자들이 머물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을 따로 7월 중에 마련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고립·은둔사업 참여자들은 △친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아지트 공간 △취미 공유로 서먹한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집단 활동 중 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힐링 공간 등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센터는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해 청년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변화와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크고 작은 성취 경험을 쌓아 사회복귀를 위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단계별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해 더 많은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광주센터의 단계별 지원 접근이 서울시도 성과를 낼지, 찾아가는 서비스가 활성화 될지 주목된다.

여가부와 편의점산업협회 협력으로 편의점 포스기에 고립은둔 관현 홍보. 사진 여가부 제공

◆여가부-서울시 새 지원, 종사자 지속 근무가 관건 = 고립·은둔청소년에 대한 지원도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여가부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고립은둔청소년 맞춤형 지원시범사업을 막 시작했다. 우선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을 위해 학업 중단 이후 꿈드림센터로 정보가 연계됐으나 3개월 이상 센터에 등록하지 않거나 이용하지 않는 청소년(2022년 기준 약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전담상담사가 고립·은둔 여부를 확인한다. 확인된 경우 맞춤형 지원체계로 즉시 연계한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하는 고립·은둔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해 편의점 등 지역사회 협업을 강화한다.

꿈드림센터는 고립·은둔 수준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1:1 전담사례관리사가 가정방문 등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상담한다. 자살-자해 위험 등 고위기의 경우 거주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연계한다. 청소년 가족을 위한 자녀 이해교육과 부모상담, 자조모임 등 가족관계 회복을 돕는다. 학업 지속을 바라는 경우 ‘맞춤형 학습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오프라인 교육 외 확장가상세계를 이용한 온라인 교육콘텐츠도 제공한다. 3개월 이상 사후관리도 한다.

다만 시범사업 지원센터의 종사자 인력이 경남 외 2명 정도다. 지역사업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인력 규모지 주목된다. 또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장기 준비도 필요하다. 강석중 송파구청소년지원센터 팀장은 “청소년사업의 특성상 전문 종사자가 필요하고 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대우 등 근무 환경을 갖춰야 한다. 본 사업으로 진행할 때는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 지원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은둔 경험자의 사업 참여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 교수는 “은둔 경험이 있는 당사자-부모는 지원받을 당사자-부모와 관계 맺기에 이점이 있다”며 “일본의 경우 당사자들에게 사회복지사가 되도록 하거나 보조활동에 참여시키는 경우도 있고 유급 자원봉사자나 활동가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김아영 이제형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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