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 결석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릴라치면 아프더라도 학교 가서 선생님 눈도장은 찍어야 한다며 억척스럽게 아픈 아이를 등에 업고 학교를 등교시켰던 부모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학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초등학교 6학년 A는 학급에 친구도 없고, 오래 전 갈등이 있었던 아이가 자기 뒷담화를 하고 다닐까 두려워 학교를 못 가겠단다. 막연한 두려움이다. 사춘기를 맞은 중학생 B는 친구와 공부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겪다가 자기 방에 들어가 한 달 넘게 나오지 않은 채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C는 학교 시스템과 교사의 교수법에 대한 불만으로 학교에 흥미를 잃었고, 담임교사와 갈등을 겪으며 잦은 지각 조퇴 결석으로 학생부가 어지럽다. 결국 자퇴를 고려하고 있다.

학교를 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문제는 학교를 거부하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은 등교 거부로 교육의 기회를 상실하고 자립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 우울 불안 무기력 패배감에 시달리게 돼 은둔형외톨이나 학교 밖 비행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등교 거부는 양육자로서 죄의식 실패감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학생의 등교 거부 원인이 개인 요인만이 아니어서 부모 노력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학교 등교 거부가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으며 진행형이다. 일본은 1950년대 후반부터 학교 등교 거부 학생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30일 이상 장기 결석하는 학생들을 부등교 학생으로 정의하고 부등교의 원인을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문제 이외에도 가정환경 교육제도 사회경제적 관점 등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규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2022년 문부과학성의 조사에 서 부등교 학생 수는 전년보다 5만4108명 증가한 29만9048명을 기록했다. 2020년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실태 결과 초·중학생들의 부등교 원인 1위가 무기력과 불안(46%)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교육사회학자들은 일본의 획일화된 경쟁 중심의 교육제도가 학생들의 무기력과 불안을 부추기는 부등교 심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부작용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는 우리나라 경쟁 중심의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한 조만간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걱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등교는 낯선 개념이고 문제의식도 높지 않아 연구가 미약하다. 부등교를 부추기는 현행 교육제도가 갑자기 바뀔 일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지런히 현 교육제도에서 학생들의 무기력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가정은 자녀의 정서적, 신체적 돌봄과 지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는 관계중심의 협력 교육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부등교 경향이 있는 학생을 파악하고 상담지원 진로연계 프로그램 운영, 대안교육 참여, 교육공간의 다양화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체계가 마련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생보다 중학생의 부등교 사례가 급증한다는 통계 결과에 따라 중학생들을 위한 예방과 치료적 접근을 해야한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부등교에 대한 연구와 지원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양미정 서울전동초등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