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배달의민족(배민) 무료배달’이라고 했는데 최종결제금액은 왜 똑같죠?” 한 시민단체(참여연대) 지적처럼 요즘 배달앱(플랫폼)시장은 이상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통상 재화나 서비스이용가격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익스프레스만 봐도 그렇다. 한국진출 후 품질 논란은 있었지만 국내유통가에 ‘초저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배달플랫폼업계도 겉보기엔 ‘출혈경쟁’을 걱정할 정도로 치열한 고객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배달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앱 양강 체제에 쿠팡이 뛰어든 것도 이 때다.
지금은 전면전 양상이다. 쿠팡 배달앱 쿠팡이츠가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 쿠팡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회원수가 1000만명을 넘으니 그 파괴력은 상상 초월이다. 무료배달 이후 쿠팡이츠 점유율은 가파르게 늘었다. 반면 배민과 요기요 점유율은 정체 내지 감소다. 하루 평균 이용자수로 치면 100만명 이상이 쿠팡이츠로 넘어갔을 정도다.
요기요는 8월 기본 수수료를 9.7%로 인하하는 것을 뼈대로 한 ‘라이트 요금제’를 도입했다. 배민은 최근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확대했다. 배민은 배민클럽 무료배달을 가게배달에도 적용한다. 배민은 32만개 식당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쿠팡에 맞서 초강수를 뒀다.
배달 수수료는 당연히 줄어들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은 되레 더 비싸진 배달 중개수수료를 내야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값을 올렸다. 불똥은 소비자에게도 튀었다. 배달앱 중 어느곳 하나 쓰러지기 전까진 더 싸게 배달시켜 먹을 줄 알았다. 오해였다. 무료배달인데도 유료배달 때와 같은 음식값을 지불해야 했다.
배달플랫폼 3사는 수수료 문제만큼은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갔다. 무료배달을 내세우며 입점업체(음식점)에겐 높은 배달중개수수료(9.8%)를 물렸다. 배달플랫폼 3사가 ‘자기들 경쟁비용’을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떠넘긴 꼴이다. 참여연대 역시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로 갑질을 하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중개 수수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이중가격제 도입과 배달앱 ‘보이콧’(동맹거절)을 선언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까지 나서 배달플랫폼들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을 정도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는자율규제를 고집하고 있다. 알아서 하란 얘기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거나 다름없다. 배달플랫폼도 이상하지만 정부도 이상하기 그지없다. 시민단체가 촉구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과 공정화법’ 제정이 급해 보이는 이유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