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0조원, 2040년 230조 예상

의료 60%·연금 50% 증가세 압도

고소득층 개호보험료 인상 검토

초고령사회 일본의 사회보장 급부에서 개호(노인 돌봄)에 들어가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사회에서 필수적인 사회보장성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 돌봄 비용은 의료와 연금에 비해 증가세가 대단히 빠르다. 일본 정부는 갈수록 심각한 저출산 초고령사회의 진전에 따라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제도개선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사회보장심의회 개호보험분과'는 6일 회의를 열어 보험료 인상안에 대해 검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급여나 연금 등 소득이 많은 경우 개호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올해 말까지 소득수준과 구체적인 보험료 수준을 정해 2024년 제도개선에서 관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예산과 보험료로 운영하는 의료와 연금, 돌봄의 3대 사회보장급부 금액이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인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은 2000년 3조3000억엔(약 29조70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13조5000억엔(약 121조5000억원)으로 23년 동안 309.0%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같은 기간 의료(60%)와 연금(5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은 20여년 전부터 건강보험료와 별도로 개호보험제도를 만들어 40세 이상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모두 9단계로 나눠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평균보험료는 6014엔(약 5만4100원)으로 소득이 320만엔(약 2880만원) 이상인 상대적 고소득자는 기준보험료의 170%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존 9단계의 분류를 더 세분화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예컨대 소득이 410만엔(약 3700만원)부터 680만엔(약 6100만원) 사이에 4단계를 추가로 분류해 기준보험료의 180~260%를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본 나고야시에 거주하는 시모가모 야스코(사진 오른쪽)씨는 치매로 인해 돌봄 대상자로 인정받아 매일 자택에서 방문서비스를 받는다. 사진 백만호 기자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저소득자의 보험료에 대해서 예산으로 일부 보조해왔는데, 내년에는 총 786억엔(약 7070억원)을 책정했다. 후생노동성은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고소득자의 보험료가 인상되면 저소득자에 지원하는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이를 노인 돌봄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처우개선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일본 정부와 자민당 내부에서 내년부터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보수를 월 6000엔(약 5만40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인력의 유출이 계속되는 돌봄 분야와 다른 산업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 급여는 월 29만3000엔(약 264만원), 간호보조에 종사하는 경우 25만5000엔(약 230만원)으로 전산업 월 평균 급여(36만1000엔)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산업 근로자 대비 보수가 낮은 관계로 돌봄 종사자의 이직은 상대적으로 많다. 전국노인보건시설협회에 따르면, 돌봄 종사자의 월평균 이직자수는 10년 이상 근무한 정사원은 월 199명으로 전년 대비 38명 늘었다. 10년 미만 종사하는 사람도 월 821명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해 전년 대비 65명 증가했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종사하는 사람은 월 평균 1244명 늘어 전년보다 100명 증가했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달 3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료와 개호분야에서 임금을 인상하거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며 "필요한 처우개선의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보험료 인상 검토에도 불구하고 향후 돌봄 관련 예산과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 2040년 연간 25조8000억엔(약 232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돌봄 비용도 2040년 75~79세의 경우 연간 14만3000엔(약 128만원), 85~89세는 68만9000엔(약 62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년도 보험료 개정 과정에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른바 '20% 부담'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개호보험제도는 원칙적으로 돌봄서비스를 받을 때 본인부담 비용은 10%이다. 하지만 연금 수입 등이 연간 280만엔(약 2520만원)을 넘으면 본인부담이 20%로 늘어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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