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향사랑기부 개선안

금융권·대기업 독점 우려

행정안전부가 고향사랑기부제도 활성화를 위해 민간플랫폼을 통한 기부금 접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플랫폼 진입을 위한 새 심사·승인 제도를 검토하고 있어 정부의 규제혁신 기조에 역행하는 새로운 규제 양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행정안전부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정부 독점플랫폼(고향사랑e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접수창구 다변화 및 기부자 편의 제고'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이른바 민간플랫폼 운영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행안부가 이 과정에서 새로운 규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행안부의 제도개선 방안 중 문제가 된 것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근거 신설'이다. 행안부는 민간플랫폼을 허용하는 대신 '본인·주소지·상한액 확인, 개인정보 보호조치 등 안정적인 접수를 위해 정보시스템 요건(기술능력 재정능력 보안능력)을 심사·승인'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자체와 민간업체들은 행안부가 갖고 있는 본인·주소지·상한액 확인을 위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 한다고 지적한다. 행안부 개선방안대로라면 일부 대형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 중심의 또 다른 독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일본은 40여개의 민간플랫폼이 운영 중인데 이와 관련한 규제법령과 지침 없이도 8조원이 넘는 모금 성과를 내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심사·승인 등 규제가 필요하다면 지방자치사무인 고향사랑기부제도의 특성에 맞게 행안부가 아닌 지자체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보 규제 완화와 모금한도 상향에 대해서는 지자체들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지자체들이 그동안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홍보 규제를 들어왔던 만큼 홍보 방법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가장 불만이 많았던 향우회 동창회 등 사적모임을 통한 홍보와 모금을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전화, 서신, 호별 방문 등 개별적 모금을 허용하는 데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모금한도 상향 또한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제도개선안에는 답례품 비용을 고향사랑기금에서 지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답례품은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 비용을 일반회계에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금은 전적으로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에 모금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상응하는 답례품 구매 예산 또한 편성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이 모금된 기부금에서 답례품 비용을 지출하는 것인데, 현재는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만희(국민의힘, 경북 영천·청도) 의원이 지난달 26일 이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방안은 앞으로 다른 논의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자체들의 요구는 기금을 모음을 위한 홍보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행안부가 요구하고 있는 고향사랑e음 운영 분담금이나 앞으로 도입될 민간플랫폼 운영·위탁 수수료 등에도 일정 비율을 정해 사용하길 희망한다. 모금된 기금에서 답례품과 운영경비 등을 모두 충당하자는 것인데, 이는 허용 비율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기부금에서 필요한 운용경비를 쓸 수는 있지만 기부자의 본래 기부의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부금을 사용하는 데는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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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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