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6월·16년촛불 청년 '세대 공감'

촛불시민 정치 감시·참여 계속해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세대와 2016년 촛불집회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박근혜 퇴진' 이후 함께 만들어갈 사회는 어떻게, 누가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사회는 정치권에 맡겨두면 안되고 시민들이 계속 감시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 민주주의디자이너, 청년참여연대는 3일 오후2시 파이낸스 빌딩 계단 앞에서 '87청년과 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를 주제로 세대공감 거리시국 이야기마당을 펼쳤다. 이날 토론은 '광장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광장민주주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1987년 세대와 2016년 세대가 서로의 생각들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2시간 동안 1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3일 오후 파이낸스 빌딩 계단 앞에서 '87청년과 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를 주제로 세대공감 거리시국 이야기마당에서 사회를 본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열린 말을 하고 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이번 촛불집회는 일시적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광장민주주의는 생활속에서도 지속돼야 한다"며 "특히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을 정치권에만 맡겨둬서는 안되고 시민들이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현대사를 보면 중요한 고비때마다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지만 사회구조적변화는 정치권에 맡겨버리고 생활현장으로 돌아갔던 한계와 야당의 분열로 인해 국민들의 항쟁은 "죽 쒀서 개주는 일"이 반복됐는데 이제는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87년 청년세대는 6월 민주화 항쟁으로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지만 30년 후 더 조건이 열악해진 헬조선에 16년 청년들을 살게 하고 있다는 점을 미안해 하며 다시는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1987년 민주화항쟁 당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오로지 대통령 직선제만 요구했고 이후 어떤 사회를 만들지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며 "이번 촛불 집회는 박근혜-최순실 등 나쁜 일을 한 사람만 쫓아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민주평등사회는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치권에 맡겨두지 말고 우리가 직접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손호철 서강대학교 교수도 국민들이 항상 정치권의 움직임에 분노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4·19, 80년 광주민주항쟁,87년 민주항쟁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군부세력에 대통령자리를 넘겨주는 참담한 결과가 있었다"며 "최근에도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때 촛불집회가 처음 생겼고 2004년 노무현 탄핵 사태 당시 많은 시민들이 '탄핵반대'촛불을 들고 나왔지만 2007년 이명박대통령이 당선됐다"며 "이어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70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지만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졌을 때는 아무도 거리에 나온 사람이 없었고 이후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는 비극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감시하거나 참여하지 않을때는 자신들 이권 챙기기에 바쁘고 국민들을 무시한다"며 "정치권의 뻘짓을 막기 위해서도 광장에 나온 사람들의 힘을 지속,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청년세대들도 이 의견에 깊은 공감을 했다.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는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의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며 "일상에 돌아가서도 비민주적발언은 하지 않는 등 민주적인대화를 하고 뉴스를 보면서 공론의 장에서 함께 토론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조은 청년참여여대 활동가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를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오늘의 촛불집회가 가능한 것 같다"며 "지금 시민들의 목소리도 박근혜만 물러나면 다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 이번 촛불 항쟁 이후에도 광장 민주주의는 현실, 생활 속 광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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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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