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만, 광주 10만, 대전 5만 … 지역마다 기록경신

횃불 들고, 감옥도 만들고 … "박근혜 퇴진" 목청 높여

성난 민심은 서울 광화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다. 3일 서울을 제외한 집회 참여인원은 주최측 추산 62만명에 달했다.

지난 주말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와 탄핵안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의 갈지자 행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여실히 보여줬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촛불집회 중 최대 인원이 참가하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거점도시는 물론 강원도 철원, 경북 김천, 경남 거제, 경기 양평 등 중소도시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집회 참여인원 신기록을 경신하며 촛불이 켜졌다. 구호도 거세졌다. 박근혜 퇴진을 넘어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표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의 선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촛불이 켜진 곳은 부산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만명이 3일 부산진구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 7차로 중 5개 차로에 빽빽이 모여 앉았다. 서면교차로에서 남구 문현교차로까지 이어진 가두행진에서는 횃불도 등장했다. 울산에서는 1만5000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으며 경남 창원에서도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1일 서문시장 화재상가 깜짝 방문은 오히려 성난 대구 민심을 더 들끓게 했다. 3일 대구 촛불집회에는 3만5000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는 중구 중앙네거리와 공평네거리 사이 2·28 기념공원 앞에서 시민자유발언과 문화공연 등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또 집회장소에서 3~5㎞ 떨어진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당사까지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 구호를 외쳤다. 대구 중심대로인 달구벌대로 편도 6차선을 1㎞ 이상 시민행렬로 가득 채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시민들은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현판도 새로 만들어 붙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시는 정치하지 마쏘~정계은퇴당' '나라를 홀랑 말아 묵은 내시환관당' '이 당이 공범인가? 아니야, 주범이당' 등이 시민들이 내건 간판 당명이다. 일부 성난 시민들은 새누리당 당사 입구 철문을 각종 스티커로 도배하고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경북 김천에서는 박근혜 퇴진과 함께 사드배치 철회 구호를 치켜들었다. 집회에 참가한 장정수씨는 "박근혜가 퇴진하는 날 사드배치도 함께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에서도 사상 최대 인원인 5만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사거리부터 대전시교육청 사거리까지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지난주말(4만명)에 이어 또 한 번 참가인원 최대 규모 시위기록을 경신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이런 나라의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계속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더 열심히 공부해 불의를 보고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대전에서는 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오후 3시 중·고등학생 600여명이 참가한 청소년 시국대회가 열렸다. 5시부터 방송인 김제동씨가 진행한 대전시민 만민공동회에는 4만명이 모여 촛불 열기를 이어갔다.

광주 집회에서는 길이 3m, 높이 2m의 쇠창살 감옥이 등장했다. 감옥 안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으로 분장한 죄수들이 수감됐다. 이날 집회에 모인 시민은 10만명을 넘겨 또 한 차례 집회 참여기록을 새로 썼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도 5000여명이 촛불을 들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과 이정현 퇴출을 함께 외쳤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휴대폰 배터리도 4%면 바꾸지 않느냐"며 (여론조사 지지도) 4% 박 대통령도 바꿔야 한다"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강원도에서도 촛불민심은 어김없이 타올랐다. 춘천을 비롯해 원주 강릉 영월 철원 등 강원도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3일 열렸다. 박근혜 퇴진 비상강원행동 주최로 열린 춘천 집회에서는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특히 이날 집회장소는 '촛불은 꺼진다'며 촛불 비하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해 촛불 민심의 분노를 불렀다.

바다 건너 제주에서도 촛불이 켜졌다. 제주도민 1만1000명은 3일 제주시청 앞에 모여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국정역사교과서의 '제주 4·3사건'의 축소·변질 서술에 항의하는 4·3유족들이 참가했다. 첫 지정발언에 나선 양윤경 유족회장은 "이승만정권 당시 제주도는 3만이라는 무고한 생명이 처참히 죽었는데도, 그 역사를 국정교과서는 달랑 여섯 줄로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려 한다"며 "박근혜와 함께 국정교과서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재명 성남시장은 4일 경기 광명시 KTX광명역사 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 간담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부결을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될 것이란 의지를 갖고 법과 원칙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협의회장인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은 "6차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탄핵정국을 가늠하는 민심을 보여줬다"며 "기초단체장 차원에서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일 경기 수원시청에서 열린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토크콘서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서비스는 진정한 사과와 퇴진"이라며 "이번 촛불시위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낡은 틀을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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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윤여운 방국진 곽태영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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