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장

1963년 야학에서 시작해 현재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초·중등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수원제일평생학교의 어르신 학생은 총 250명 정도다. 약 40년간 야학과 성인문해교육에 몸담은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은 "성인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게 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크게는 인간성의 회복과 상처 치유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성인문해교육이라고 했다.

박 교장은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못 배워서 겪었던 설움을, 배우면서 치유를 하곤 한다"면서 "버스노선도 간판도 못 읽고, 은행이나 관공서 가면 누구 도움 없이는 일처리를 하지 못하던 분들이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면서 삶의 질도 올라가고 그동안 느꼈던 열등감에서 해방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모든 것이 비대면 디지털 기반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위기상황에서는 문해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생존과도 큰 관련이 있다고 했다. 비대면으로 온라인 메시지를 통한 소통이 많아지는데 문해능력이 떨어진다면 결국 고립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을 받으려 해도 온라인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민센터와 은행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게 정말 큰 차이죠. 꼭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세상은 계속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문해능력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성인문해교육의 중요성이 높지만 국가가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박 교장이 운영하고 있는 수원제일평생학교만 해도 운영비의 60% 정도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형식으로 충당하고, 20%는 학교 졸업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후원금, 10%는 뜻 있는 분들의 후원금으로 해결하지만 나머지 10% 정도는 교장이 외부에서 끌어오는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박 교장은 "더 많은 분들이 성인문해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우리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많은 학생들이 오시게 되면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국가가 성인문해교육에 개입하기 시작한 지가 2006년부터이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어르신 학생들의 나이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장은 "학생들 나잇대가 많으면 80대까지도 올라가는데 이들이 이후에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오래 남지 않았다"면서 "모든 국민에게는 배울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들을 챙길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성인문해교육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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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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