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주말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사거리 15000Km로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미 전역이 사정권이다. 한·미·일이 북한 핵 무력에 대한 '확장억제강화'를 밝힌 프놈펜 성명에 맞춘 준비된 도발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시위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 그 자체로 굳어가는 상황이다. 핵 무력으로 인한 안보지형의 대격변이다.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이든정부가 최근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반도 완전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과 지속 가능한 외교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확장억제' 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 내 동맹 우방국들의 운명이 기술·무역·안보에 있어 상호 연계되어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북핵은 '억제'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지만,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은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도전"으로 간주해 '통합'으로 대응한다는 개념 정의다.

미국, 북한 핵 보유 인정으로 전략 바꿀까

미국 안보의 개념 정의가 바뀌면 전략도 바뀐다. 달라진 점은 "동맹국 및 파트너와 다방면의 협력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동맹국들과의 연대는 비용과 책임도 분담한다는 의미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이 동맹·파트너와 함께 과감하게 대응할 것"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북한 핵 문제는 중국 러시아와 연계되고, 대만 문제는 중국과 인도·태평양이 엮여 있다. 그것은 다시 주한미군의 운영체계로 연결된다. '통합적 억제' 전략의 배경이다. 대신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핵무기 선제불사용원칙'이 사라졌다.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가진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의 최근 글을 주목한다. '새로운 핵 시대'(The New Nuclear Era)라는 칼럼에서 "한·미·일이 북한에 핵미사일 제한과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일종의 핵 군축 제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물 건너가고 있다"고 썼다. 그의 글 행간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대로면 이제 미국이 북한에 꺼낼 다음 카드는 명료하다. 핵 보유를 인정하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다.

북한도 그것을 간파한 듯하다.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10살 딸에게는 ICBM 발사 성공 장면을 보여주었다. 다음 세대까지 외세의 침범을 받지 않고 지킬 수 있는 무력을 완성했다는 선전이다. 핵보유국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과시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상당 기간 북한의 핵 시위를 관전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한다. 만약 우크라이나전쟁이 핵을 사용하는 상황까지 가면 북의 핵 시위는 더 극렬해질 것이다. 곧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안보 현실이 암담하다. 2017년의 전운에 휩싸였던 한반도 위기를 떠올린다. 당시 한반도 정세는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였다. 해외 교민과 상사 주재원들은 모국의 전쟁 발발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CNN이 한반도에 전쟁 전문기자를 파견할 정도였다. 다행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전쟁은 참혹하다.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목도하고 있다.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다. 북한 핵이 불안한 것은 합리적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 시위, 우크라이나전쟁이 변곡점될 듯

북의 핵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우크라이나전쟁이 변곡점이다. 만약 전쟁이 종식되면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에 대해 독립적 노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 그리되면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회복되는 국면전환이 올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풀고 경제회복에 나서야 하는 절박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북·중·러가 분리되는 구도를 상정할 수 있다. 북이 무력시위를 멈추고 대화에 나설 환경이 된다.

그렇다고 북의 대외환경 변화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의 안보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억제'라는 담론적 전략은 쓸모없게 되었다. 확장을 억제할 실질적 역량이 긴요하다. 북이 ICBM을 발사해 한·미를 위협하는 것도 체제를 지킬 수 있는 무력이다. 우리가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면 균형 잡힌 안전장치를 가져야 한다. 북·미 관계 개선도 포함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선택은 하나다. 남북 핵 무력의 균형뿐이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