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새로운봄·1만7600원

"단 한명도 놓치지 않는 통합교육의 시작은 신경다양성 교실이며 모든 교실은 신경다양성 교실이다."

저자 김명희(묘곡초등학교 교사)가 쓴 '신경다양성 교실' 책 표지에 나온 대표 말이다.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뇌신경학적 차이를 장애나 결함으로 보는 대신 하나의 다양성으로 인정하는 관점"이다.

이 책은 저자가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아니지만 개별적 지원과 관심이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 예를 들면 ADHD학생, 정서행동의 문제를 가진 학생, 위기학생, 경계선 학생들까지 모두 포함한 통합교육으로 신경다양성 교실을 만든 경험 속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신경다양성 학생을 만나면 관찰과 상담을 통해 특수교육적 진단과 함께 강점기반 진단을 한다. 특수교육적 진단으로 이 학생에게 어떠한 결핍과 결함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강점기반 진단으로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흥미 특기 재능 등을 살핀다.

모든 사람에게는 강점과 약점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에 따라 강점기반 보편적 학습설계를 해나간다. 신경다양성 학생에게 맞는 보조공학의 활용이나 강점기반 학습전략, 환경 수정 등 다양한 옵션을 수업에 포함한 보편적 학습설계로 수업을 계획한다.

책에는 5명 학생의 사례를 담았다. 그 가운데 저자는 난독증과 난서증이 있는 경계선 학생 수호(가명)를 만났다. 당시 초등학생 5학년이었으나 2학년 수준이었다.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진단평가조차 되지 않았다.

경계선 학생과의 만남

수호를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의뢰한 결과 지능검사는 경도 지적장애로 나왔다. 하지만 최종 경계선 지능으로 판정돼 특수교육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경계선 학생은 학교에서 기초학력교실에 배정된다. 기초학력교실은 외부강사가 여러명을 가르치고 수시로 교체돼 책임감을 갖기도 어렵다. 경계선 학생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호는 체육시간에는 눈이 반짝인다. 운동능력이 좋고 게임을 주도한다. 친구들과 함께 수호를 영웅을 만들어 주었다. 수호가 한번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 일로 큰 칭찬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우리반 SPO(학교전담 경찰관)가 됐다.

신경다양성 교실 만들기

수호에게 맞는 학습이 반드시 필요했다. 5학년 교과서가 수호에게 무척 어려워 쉽게 수정된 교과서가 필요했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제작된 교과서는 그림과 키워드 위주로 되어 있어 적합하다. 저자와 예습을 하고 나니 수업 참여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수호는 읽고 이해하기 힘든 아이지만 듣거나 보고 이해하는 것은 잘하는 아이다. 스토리텔링을 좋아해 한국통사를 스토리텔링으로 가르쳐주니 아주 흥미있어하고 역사의 주요 흐름도 기억한다. 온책읽기에 참여시키기 위해 오디오북을 활용해 우리반 친구들과 함께 3권의 책을 완독했다.

또 그리기 색칠하기 꾸미기 오리기 등에는 흥미가 없으나 입체로 하는 3D프린터로 만들기, 목공하기, 뜨개질하기, 기계공작 등 활동을 잘한다.

수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체육특기생으로 중학교 축구부 들어가게 됐다. 무기력한 아이에서 꿈 많은 소년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아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배우면서 공생하며 살아갈 때 이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사회로 건재할 것"이라며 "미래교육으로서 신경다양성 교실을 함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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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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