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신한대 교수, 언론인

올들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초대형 뉴스를 꼽는다면 챗GPT의 등장이다. 미국 기업 오픈AI가 내놓은 챗GPT는 인간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초능력'을 발휘하며 온 지구촌을 사로잡고 있다. 챗GPT가 미국 변호사시험과 의사시험을 합격하고, 학술논문을 작성했는데 표절검사까지 무사히 통과하더라는 등의 깜짝뉴스들이 매일같이 전해진다.

대개의 뉴스는 보통 사람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런데 챗GPT 뉴스는 지역과 인종, 계층과 성별 가릴 것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뉴스를 보다가 '도대체 챗GPT가 무엇이길래?'하는 호기심이 발동해 컴퓨터 자판 몇번만 두들기면 인공지능이 인도하는 세상으로 순식간에 빠져든다.

화제의 주인공에게 "너 누구니?"라고 정체를 물어보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저는 오픈 AI에서 학습된 대규모 언어모델인 챗GPT입니다. 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질문이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무슨 질문이든 답해주고, 무슨 문제든 해결하도록 곁에서 도와준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니까 어느 날 우리 곁에 전지전능에 가까운 개인비서가 생겨나 24시간 대령(待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 비서를 이용해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재미삼아서라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 "너 이거 알아?" "저 것에 대해 좀 알려줘." "이럴 땐 어떡해야 해?"

가짜뉴스가 휘젓고 다닐 가능성 우려

언어모델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를 학습해 그대로 흉내 낸다. 이런 단어 뒤에는 저런 표현, 저런 문구 다음에는 이런 대구(對句)가 많이 쓰이더라는 식의 용법을 익힌 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언어를 자동 완성한다. 그러니 말하고 쓰는 데 탁월하다. 사람보다 똑똑하게 말하고, 문인보다 신속하게 글을 지어낸다.

예를 들어 "봄을 주제로 시 하나 써 줘"라고 하면 "벚꽃이 핀 봄날 / 작은 꽃 한송이가 굳게 꽂힌 나무가지 위에서 / 그윽한 봄바람이 스치면서 / 꽃잎이 서서히 펼쳐진다"같은 야릇한 글을 순식간에 뱉어낸다. 시가 아니어도 에세이 소설 강연문 연설문 홍보문 하다못해 결혼식 축사까지, 내용은 무색무취해도 정확한 맞춤법으로 완성된 문장을 보여준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밥그릇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도발적인 테스트를 해봤다. 챗GPT에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문제를 주제로 KBS 방송과 인터뷰 했다고 가정하고, 뉴스기사 좀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더니 "한국방송공사(KBS)는 3월 3일 목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문제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방영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하며 그럴 듯한 뉴스문장을 써내려간다. 꼼꼼히 보면 3월 3일 금요일을 목요일로 잘못 표기하는 등 이상한 대목이 눈에 들어오지만 얼핏 보아선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여기에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살짝 덧칠을 해 카톡에 돌린다면, 깜박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제법 나올 것 같다. 챗GPT가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글이 자칫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가 되어 세상을 휘젓고 다닐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문득 든다.

그러고 보니 챗GPT가 언어를 자동완성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사실과 정보에는 취약하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생각난다. 실제 "임진왜란에 대해 말해 달라"고 역사 질문을 던졌더니 "1592년부터 1598년 일본의 조조에 의해 일어난 전쟁"이라는 답이 나온다. "일본의 조조가 누구?"라고 물으니 난데없이 "중국 후한 시대 말기 군주"라고 하다가 "일본의 조조(豊臣秀吉)는 17세기 일본을 통일한 장군으로 광해군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고 횡설수설한다. 풍신수길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니,"조선 출신의 외교관 이토 히로부미"라고 엉뚱한 답을 하더니, 곧 정정한다며 "에도 시대 후기의 정치가 이토 스케헤이"라고 가공의 이름을 대고, 이내 "아니 광해군이 맞다"고 오락가락 한다.

챗GPT의 이런 엉뚱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인터넷에 '밈'이 되어 돌아다닐 정도다.

엉터리 글 걸러주는 사람 손길 더 중요해져

인공지능의 발전 양상으로 미뤄보면 이런 오류들은 언젠가는 바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이들 가짜뉴스와 엉터리 글을 걸러주는 사람의 손길이 한층 소중해진 셈이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기에 앞서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하면서 공존의 길을 모색할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을 준다.

이종탁 신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