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신한대 교수, 언론인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을 눈앞에 둔 요즘 정권 차원에서 힘주어 추진하는 게 '가짜뉴스' 정책이다. 가짜뉴스가 사회갈등과 반목을 조장한다는 문제인식이 집권 1년 만에 생긴 모양이다.

운은 대통령이 뗐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방향을 제시하자, 여당 원내대표는 "가짜뉴스와 악의적 정치공세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호응했고, 사무총장은 "가짜뉴스로 온 나라가 흔들리고 국민이 분열된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신뢰를 깨뜨리는 부패와 가짜뉴스에 대해 법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목청 높였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악성정보 전염병 가짜뉴스 퇴치 전면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이달 중 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피해신고를 받고 구제절차를 상담하며 가짜뉴스를 유형화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국민통합위원회에서도 유사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 정도면 가짜뉴스 퇴치를 위해 정권이 총력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정부 발표를 보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신고센터에서는 어떤 것을 가짜뉴스로 인정하고 신고를 받아준다는 걸까?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인다. 가짜뉴스의 범위는 기준 정하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권 입맛따라 가짜뉴스로 재단할 가능성

필자가 임의로 든 다음의 예는 가짜뉴스일까 아닐까. 1)대장동 사건의 주범은 윤석열이다. 2)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가짜뉴스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 1번은 명백한 가짜뉴스이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2번을 가짜뉴스로 볼 것이다. 반대로 두 진영은 1번과 2번을 거꾸로 진짜 뉴스라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자기 진영에 불리하면 가짜뉴스, 유리하면 진실뉴스로 간주하는 습성은 정치권에선 거의 공식처럼 굳어 있다. 하지만 걸핏하면 가짜뉴스 운운하는 정치인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개념을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짜뉴스는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덕분에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진 단어가 되었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는 사전적 의미는 여전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언론학자들은 가짜뉴스를 "허위의 사실을 사실로 포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성한 뉴스 형식의 글"이라고 범위를 좁게 본다. '허위성' '의도성' '뉴스 형식'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있을 때 가짜뉴스 딱지를 붙인다. 이렇게 되면 SNS에 떠도는 세태풍자성 유언비어나 코로나19 때 나돌던 소금물 예방 따위의 단편적 허위정보는 가짜뉴스에 해당 되지 않는다. 언론이 사실로 오인해 보도했으나 나중에 허위로 판명 나는 오보 또한 가짜뉴스가 아니게 된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허위사실이 조금이라도 섞여있는 정보는 의도성이 있든 없든, 뉴스 형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가짜뉴스로 인식하는 게 현실이다. 언론의 뼈아픈 대형오보인 '세월호 전원 구조' 보도를 '기레기들이 생산한 대표적 가짜뉴스'로 여긴다. 진실을 알기 어려운 사안, 사실보다 의견이 더 많이 담긴 정보에 대해서도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 싶으면 가짜뉴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진폭이 큰 개념 영역을 백지로 둔 채 다짜고짜 가짜뉴스 퇴치를 부르짖는 걸 보면 이번에도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 하는 정치권력의 해묵은 언론 옥죄기 발상이 작동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년 만에 문재인정권 따르려는 아이러니

문재인정권도 가짜뉴스 퇴치의 기치를 내걸고 한껏 요란을 떤 적이 있다. 문재인정권은 가짜뉴스의 정의를 '언론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라고 규정하고, 이런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언론의 고의·중과실 여부는 결국 권력이 판단할 것이고, 이는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는 각계각층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가짜뉴스를 판단하겠다는 것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가짜뉴스 문제는 현행법으로 처리 가능하다"고 주장하던 집단이 지금의 여당이다. 집권 1년 만에 그때 일을 후회하는 건지, 그래서 문재인정권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 건지 참 아이러니하다.

이종탁 신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