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용산 출장소' 지적 … 정부·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눈치 급급

인적쇄신 요구 … "'윤석열 사람'만 쓰는게 문제, 인재풀 확대해야"

"여당과 차기주자의 '독자적 공간' 인정, 국정 리스크 분담할 필요"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는 국정운영의 3대 축이다. 3축은 맞물려 돌아가면서 국정을 끌어간다. 하지만 윤석열정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권력의 최상층부에서 여당과 정부를 직할통치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원맨쇼'에 나서면서, 여당·정부는 '엑스트라'로 전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 윤 대통령만 남게 되면 환호를 독점할 수 있지만, 자칫 흥행 실패의 리스크도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우려다.

국민의힘 지도부 환송받는 윤석열 대통령 | 지난 3월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와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초록이 동색인 여권 =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여당을 수직계열화하는데 집중했다.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입당해 국민의힘과 인연이 짧은 윤 대통령은 '수평적 당·대' 대신 '수직적 당·대'를 택했다. 자신과 불편한 관계인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고, '친윤 당권'을 만드는데 전력투구했다.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등 당내 유력인사들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김기현 체제'를 만들었다. 친윤 인사들로 지도부를 채웠다. 결국 여당은 국정의 또다른 축이 아니라 '윤심' 좇기에 바쁜 '용산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와 대통령실에도 '윤석열의 사람'을 집중배치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친정인 검찰 출신을 비롯해 자신의 지인들을 요직에 중용했다. 정부와 대통령실 핵심부에 '윤석열 사람'이 집중배치되자, 다들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초록이 동색'인 상황이 되자 일체감은 강해졌지만 확장성과 시너지는 실종됐다는 우려다.

◆'원맨쇼'하니 리스크도 집중 = 윤 대통령이 국정 무대 위에 나홀로 남으면서 여당과 정부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여당과 정부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여당과 정부가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부담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과 정부가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막말로 민심이나 자극하고,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국민에게 혼란만 일으켰다"며 "여당과 정부가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적쇄신 필요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정부에서도 이유는 다르지만, 인적쇄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내각과 대통령실의 무능이 심각하다. 대폭 개편해야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또다시 내가 아는 사람, 내가 믿는 사람만 쓰려다보니 인적개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인재풀을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인사는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중도성향 인재도 발탁해서 확장성을 노려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원맨쇼'를 고수한 결과, 국정 리스크가 윤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차단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여당을 수직계열화하면서 여당이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못한다는 우려다. 국정 악재가 터질 때마다 그 책임이 오롯이 대통령을 향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여권내 차기주자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대통령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여당의 독자적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차기주자들의 존재감도 무시하는 바람에 국정운영에서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가 완충지대 없이 윤 대통령에게 직행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체제와 차기주자들을 수직계열화하지 말고, 독자적 공간을 인정하면서 국정 리스크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윤석열정부 지나온 1년, 다가올 1년"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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