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냥 전방위 수사 … "야당의원 수십명 연루"

여권 "야당 환골탈태 못하면 내년 총선 거저먹을 것"

"불공정 인식되면 역풍" "피로도 쌓이면 외려 손해"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할 무렵 정치권에서는 "초유의 사정정국이 펼쳐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예측은 적중했다. 윤 대통령 임기 첫 해, 제1야당과 과거(문재인)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쏟아졌다. "범죄혐의가 나올 때까지 턴다"는 관전평이 나올 정도로 집요한 수사가 이뤄졌다.


여권은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과정"이라면서도 은근히 '정치적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거나 수사 피로도가 쌓일수록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1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과 관련 "결과적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힐 수밖에 없지 않나(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해 김 의원의 코인거래를 이상거래로 분류해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그룹인 '7인회'에 속해있다.

앞서 수사기관들은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총출동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손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방면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수사는 이미 재판으로 넘어가 내년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가보훈처장과 금융위원장 |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불특정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휩쓸려 있다. 자칫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기소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 3월 사업가로부터 불법자금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수사도 빈발했다. 지난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재소환해 수사선상에 올렸다. 문재인정부 고위인사 상당수가 수사 받는 신세가 됐다.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에 연루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2일 불구속기소됐다.

여권은 부패한 과거권력(야당·문재인정권)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공정과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9 대선에서 국민이 윤 대통령을 찍은 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란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질문 받는 김남국 의원 |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여권은 야당과 문재인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굳이 감추지 않는다. '고강도 수사→야당·문재인정권에 위선·부패 낙인→야당 심판론 확대→여당, 총선 승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여권 일각에서는 "야당의원 수십명이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풍문도 나돈다.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초토화되면서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1일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혐의만 해도 (야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며 "(야당은) 해체수순을 밟고 선거보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게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여당이 (총선을) 거저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적'을 겨냥한 '정치 수사'라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으면 수사효과보다 역풍이 더 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수사가 길어질수록 수사 피로도도 덩달아 쌓일 수밖에 없다"며 "피로도가 커지면 20·30대 여성이 여권에 등돌리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일부 무죄가 나올 경우 사정정국이 극적 반전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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