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B와 '상호운영성' 고려

종업원 750명 미만 S3 유예

'이중 중대성' 자발적 공시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EC)가 독자적인 ESG 공시기준을 좀 더 완화적 내용으로 수정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과 상호운영성을 고려했다. 종업원 750명 미만 중소기업은 스코프3 공시의무화를 유예하고 이중 중대성과 생물다양성 등과 관련한 일부 공시 항목을 자발적 공시로 전환했다.

◆자발적 공시 범위 확대 = 27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EU집행위는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 수정안을 최근 공개했다. EU 집행위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8월 말 ESRS 초안을 마련한 EFRAG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의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ESRS 수정안을 제시했고 EU 집행위는 여기에 추가 수정 작업을 해 왔다.

그동안 가장 강력한 공시를 발표해 온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이번에 밸류체인에 관한 공시 3년간 유예와 이중 중대성과 관련된 기후가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 양성평등, 단체협약, 임금, 사회적 보호, 교육 등에 대한 공시를 1~3년 간 유예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 생물다양성과 밸류체인, 기업 활동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다루기 어려운 공시에 대해서도 2년 유예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추가로 기후, 환경 이슈를 제외한 기타 ESG 이슈의 재무적 영향에 대한 공시를 1년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EFRAG는 이번 수정안에서 공시 요구사항과 데이터를 축소하고 자발적인 공시 확대를 유도했다. 수정안에서 공시 요구사항의 수를 40% 줄이고 공시 데이터는 60% 축소했고, EU 집행위는 자발적 공시의 범위를 확대했다. 생물다양성 전환 계획과 인력에 관한 정보 중 비고용 인력에 대한 정보 등 일부는 자발적 공시 대상이 됐다. 다만 자발적인 공시 확대를 유도하면서도 기업이 특정 지속가능성 이슈를 중대한 정보로 평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도록 했다.

EU는 다음달 7일까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ESRS 도입을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시기준 후퇴 반발 목소리도 = 한편 '이중 중대성' 평가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 중대성 평가란 ESG 이슈 중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모든 공시항목과 데이터는 공시기업의 중대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일반 공시에서 구체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한 항목과 데이터는 예외다. 사전에 EFRAG는 기후관련 데이터와 SFDR이 요구하는 금융정보, 종업원 250명 초과기업의 인력 정보등도 의무 공시 대상으로 삼았으나, 이번 수정안은 이런 내용도 공시 기업의 중대성 평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공시 내용을 결정할 때 중대성평가를 통한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정안 발표로 완화된 기준에 환영을 표하는 입장도 있지만, 공시기준 후퇴에 대해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중대성평가와 관련해서 기업이 어떤 정보를 공개할지 평가를 하게 된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EU 집행위와 EFRAG는 지속적으로 ESRS를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앞으로도 ISSB, GRI와 상호운영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이 지속되면서 일부 기준이 후퇴할 수 있겠지만 공통된 형태에서 ESG 공시가 출발하고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흐름"이라고 판단했다.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발표"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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