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이슈와 재무제표 연관성 … 중대한 위험·기회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 요구

"기후변화, 경제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첫 번째 ESG 공시기준이 제시되면서 각 나라에서는 자국 실정에 맞는 공시기준을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기후변화 위험에 대해 투자대상 기업이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지표를 요구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책임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경제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라며 각 기업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공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기업의 장기적 현금창출 능력 중요=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에마뉘엘 파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위원장은 "26일 확정된 ISSB 기준에 따른 공시는 2024년부터 적용을 시작해 2025년에 첫 공시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영국과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들이 ISSB 공시 기준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ISSB가 발표한 첫 번째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권고안을 완전히 통합해 IFRS(국제회계기준) S1(일반 요구사항)과 S2(기후 관련 공시)를 제정했다. 'S1'에서는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ESG 정보 공시를 요구하고 'S2'에서는 기후 관련 물리적·전환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공시를 요구했다.

ISSB는 기업의 단기와 중기, 장기적인 현금흐름 창출 능력은 기업과 이해관계자, 사회, 경제 및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ISSB 공시기준은 모든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자금 조달, 자본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ISSB의 공시기준에서 'S1'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골격은 TCFD 권고안에 따라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모니터링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과정과 절차, 통제를 살피고, 기업의 전략과, 위험이나 기회를 식별·평가하는 과정, 기업이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한 진전 여부나 법이나 규제에 따라 기업이 설정해야 하는 지속가능성 목표 등의 공시로 구성되어있다.

'S1'은 다양한 지속가능성 이슈가 초래한 여러 가지 위험과 기회 간 연관성이나 ESG 이슈와 재무제표와의 연관성 등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거버넌스나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와 목표의 4개 영역 간 연관성도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경우 협력업체의 고용정책이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공급 계약이 종료될 경우 부품이나 원자재 수급 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계약 종료와 재무제표에 제시된 관련 정보 간의 상관관계를 공시해야 한다. 또 어떤 기업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폐쇄하기로 결정할 경우 해당 기업은 기후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와 이 결정에 따른 재무제표와의 연관성도 공시해야 한다.

◆기후 관련 중대한 위험·기회 공시 = 한편 'S1' 공시를 마친 기업은 'S2'공시까지 마쳐야 ISSB 기준에 따른 공시를 완료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는 기후 관련 기후 관련 중대한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 공시를 요구한다. 물리적인 위험과 저탄소 전환 관련 규제,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전환 위험 관련 정보 등을 공시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 노력으로 신상품 개발이나 신사업 진출 같은 기회가 발생할 경우에도 공시를 통해 알려야 한다.

'S2'도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으로 공시해야 한다. 지배구조는 기후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과정과 절차, 통제에 관한 영역이다.

전략은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관리하는 전략에 관한 공시 영역이다. 이런 위험과 기회를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 기업은 △현재와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현재와 미래의 직간접적인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 노력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계획 △관련 목표 달성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기후 관련 수탁자 책임 활동 활발 = 올해 들어 미국 캘퍼스, 네덜란드 APG 등 대형 연기금들과 싱가포르 GIC 등 국부펀드들은 '기후행동 100+'란 이니셔티브를 통해 투자대상기업들에 기후변화 대응 촉구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기후 스튜어드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책임 활동으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을 유도하기 위한 경영진과 소통,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주주제안, 주주대표소송, 주식 매각 및 매수 등을 포함한 활동을 통칭한다.

기후변화를 경제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인식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고 관련 성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제 금융기관 기후대응 이니셔티브인 글래스고금융연합(GFANZ)은 투자, 대출, 보험 등 자산활동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투자대상기업에게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영국은 2020년 스튜어드십코드를 개정하면서 기관투자자가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추가한 바 있다.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기후 관련 리스크에 대해 그 심각성을 고려해 투자대상 기업으로 하여금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시나리오별로 지표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 기관투자자 활동 미미 = 하지만 우리나라는 ESG 투자에서 기후위기를 비롯한 사회, 환경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은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후 문제가 아닌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해 촉발된 만큼 기후변화 대응 관련 내용 부족하다. 특히 시장 구조나 제도적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제도 상 주주총회 의결 및 주주제안의 범위가 상법과 정관이 정하는 사안으로만 한정되어 있어 기후위기나 ESG 등에 관한 주주들의 의견 개진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가치와 지속가능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사회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주주가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통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관련 주주활동 지침이 개정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 스튜어드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발표"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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