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홍수피해 이후 댐 관리수위 낮춰 운영 … 올해 호남 가뭄 때 섬진강댐 저수율 '바닥', 가뭄엔 대응 못해

2020년 장마기간 동안 발생한 홍수피해는 우리나라 홍수 대응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다목적댐은 비가 많이 올 때는 홍수 피해를 줄이고 비가 안 올 때는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이다.
그러나 2020년 8월 집중호우 때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은 수문을 활짝 열어 하류 홍수피해를 키웠다. 2020년 이후 환경는 홍수기에 댐 수위를 낮추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홍수피해는 줄였지만 올해 봄 가뭄 때 댐 저수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홍수에 대비하면 가뭄 때 댐에 물이 없고 가뭄에 대비하면 댐 수위가 높아져 홍수 대비에 문제가 생긴다. 다목적댐과 제방 위주의 홍수 방어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강우패턴의 변화에 맞게 자연기반해법(NBS)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도심 침수피해 저감을 위한 구조적 대책도 함께 살펴본다.

섬진강댐 전경. 2020년 8월 섬진강 홍수사태 이후 6월부터 9월까지 홍수기엔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면서 하류 홍수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봄 호남 가뭄 때는 저수율이 20% 이하로 떨어져 물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2020년 여름 장마는 6월 24일에 시작해 8월 16일에 끝났다.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고 부산 서울 천안 아산 광주 철원 등 전국에 걸쳐 심각한 홍수피해가 났다.

8월에만 총 3차례에 걸쳐 38개 시군구, 36개 읍면동이 집중호우 특별재난대책지역으로 선포됐다.

특히 전북 남원시 일대에서는 이틀 동안 500mm 이상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섬진강이 범람했다. 많은 마을들이 침수되고 경남 하동군 화개천까지 범람해 화개장터가 32년 만에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금강 본류 용담댐 상류에도 500년 빈도를 초과하는 강우량이 발생해 200년 설계빈도를 넘어서는 유량이 유입됐다. 낙동강 지류 황강에 있는 합천댐 상류에도 100년 빈도를 초과하는 집중호우가 내려 엄청난 양의 수량이 댐으로 유입됐다.

◆섬진강댐 만수 상태에서 몰폭탄 맞아 =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수자원공사 '마이워터' 홈페이지에서 '댐 수문자료' 일자료를 검색해 자세히 확인해보았다.

2020년 8월 섬진강댐에 가장 많은 유량이 유입된 날은 8일이다. 이날 초당 2000톤이 유입됐고 초당 1396.9톤을 방류했다. 이런 방류량은 곧바로 하류 홍수피해로 이어졌다. 방류량을 늘렸던 건 댐에 물을 가둘 담수량 여유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8월 1일 초당 167톤이 유입됐을 때 섬진강댐은 방류량을 387.8톤으로 늘렸으나 8월 5일 유입량이 77.9톤으로 줄어들자 방류량을 119.7톤으로 줄였다. 이때 섬진강댐은 수위를 낮출 기회를 놓쳐버렸다.

8월 6일 섬진강댐의 수위는 193.2미터로 홍수기제한수위 194미터가 코앞이었다. 이런 수위에 8일 초당 2000톤이 쏟아져들어왔으니 수문을 다 열고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

◆용담댐과 합천댐도 수위관리 실패 = 용담댐도 마찬가지였다. 7월 13일 큰비로 초당 1078톤이 유입됐을 때 방류량 28.2톤, 수위 261.8미터로 이미 홍수기제한수위 261.5미터를 넘겨버렸다.

7월 28일 방류량을 295.6톤으로 늘려 수위를 260.1미터로 낮췄지만 8월 2일 방류량을 45.4톤으로 줄여 또 제한수위를 넘겼다. 이후 계속 홍수기제한수위를 넘긴 상태를 유지하다가 8월 8일 초당 2170톤의 물폭탄을 맞았다. 이날 방류량은 초당 2055.3톤이었다. 평상시 방류량의 100배를 흘려보냈으니 하류의 홍수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합천댐도 7월에 방류량을 초당 15~23톤 정도로 유지하는 바람에 수위가 계속 상승했다. 8월 5일 방류량을 117.7톤으로 늘렸지만 강우량이 늘면서 유입량이 많아져 댐 수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

8월 8일 합천댐은 초당 유입량 1897.2톤의 물폭탄을 맞았다. 모든 수문을 열고 초당 1695.8톤을 방류했지만 댐 수위가 177미터까지 올라갔다. 합천댐의 홍수기제한수위는 176미터다.

합천댐 방류로 낙동강 본류와 황강 합수지점의 수위가 하류보다 높아졌다. 합수지점 상류에는 합천보가 있다. 합천보 상류의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9일 새벽 4시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낙동강 본류 제방 30여미터가 유실됐다. 4대강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막는다더니 낙동강 본류 제방이 터졌다. 이명박정부가 자랑하던 슈퍼제방은 모래로 쌓아올린 모래성에 불과했다.

2020년 여름 홍수 이후 환경부는 다목적댐 수위를 낮춰서 운영한다. 손옥주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6월 30일 "6월에서 9월까지 홍수기에는 홍수에 대비하는 쪽으로 댐을 운영한다"며 "기상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6~7월에는 홍수기제한수위보다 더 낮게, 8~9월엔 제한수위에 맞춰서 수위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입량이 많을 때도 평소 방류량 유지 =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의 2021년과 2022년 수문자료(일자료)를 보면 2020년과는 확실하게 다른 유입량/방류량 패턴이 보인다. 댐 수위를 낮게 운영하면서 여유 담수량을 확보해 유입량이 많을 때도 방류량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섬진강댐은 2021년 7월 7일 초당 529톤이 유입됐지만 방류량 4.68톤을 유지했다. 2021년 최고수위는 190미터로 홍수기제한수위 194미터를 넘기지 않았다. 2022년 6월 24일 초당 220톤 유입 때도 방류량 7.5톤을 유지했다. 지난 2년 동안 최대방류량은 초당 38톤을 넘지 않았다.

용담댐도 2021년 7월 6일 초당 257.8톤 유입 때 방류량 25.6톤을 유지했다. 최대방류량은 8월 31일 초당 293톤이었다. 이날 유입량은 37톤이었다. 홍수에 대비해 예비방류를 한 것이다. 2022년 8월 16일 유입량 379톤 때도 방류량 16.2톤을 유지했다.

이렇게 홍수 대비는 잘 했지만 문제는 저수율이다. 섬진강댐 수위는 2022년 1월 190미터에서 12월 31일 175미터로 떨어졌다. 올해 봄엔 저수율이 20% 이하로 떨어져 물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6월 28일 현재 수위는 181.1미터에 머물러있다.

용담댐도 2022년 말 수위가 249미터까지 떨어졌다. 2023년 5월 4일 243미터로 최저수위를 기록했고 6월 28일 현재 247미터로 약간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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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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